김성천 은평교당 교도회장 / 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김성천 은평교당 교도회장 / 전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원불교신문=김성천 교도]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11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인류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재앙은 지구촌 일상을 멈추게 한 반면 세계가 하나로 연결됐음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UNEP(유엔환경계획) 발표에 의하면 전염병의 60~75%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 학계에서는 사람·동물·생태계 각 분야가 연계해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학제(多學際)적 접근을 의미하는 ‘원 헬스(One Health)’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처럼 세상에 일어나는 복잡한 현상들 이면에 있는 우주섭리를 일원상서원문의 불생불멸·인과응보·성주괴공·생로병사·육도윤회 5가지를 통해 해석해 본다.  


불생불멸
첫째, 불생불멸(不生不滅)은 우주 만물을 생성 변화시키는 근본이며 일원상 진리이다. 생멸거래(生滅去來)에 변함이 없으므로 시작과 끝도 없이 돌고 돌아 자연 그대로인 것이다. 이러한 진리는 곧 부처의 지혜이고 우리 본래 성품으로 새삼스럽게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생멸을 초월한 눈으로 보면 모든 생명과 일체 만물이 모두 불생불멸의 영원한 존재이다. 파도 하나를 보면 생기고 사라지는 것 같지만 바다 전체를 보면 다만 바닷물이 출렁거릴 뿐이다. 


인과응보
둘째, 인과응보(因果應報)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물고 물린다는 뜻으로, 좋은 원인에는 좋은 결과가 오고 나쁜 원인에는 나쁜 결과가 따르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 나쁜 짓 하고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착하고 정직·성실하게 사는데도 현실의 삶이 너무 힘든 사람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과보응의 기간이 삼세(前世·現世·來世)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에 의한 환경파괴로 세계의 급격한 기온상승에 의해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현재 주요국들은 탄소중립(CO₂ 배출량=흡수량)이 되도록 탈(脫)화석원료, 원자력, 수소연료, 재생에너지를 넘어서 지상의 인공태양과 우주 태양광발전 개발 등에 의한 시간 싸움을 하는 중이다. 이처럼 결과를 낳는 근원적인 업의 원인은 개별업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선악의 업을 짓고 공동으로 고락을 가져오는 공업(共業)이 작용하기도 한다.


성주괴공
셋째, 성주괴공(成住壞空)은 우주의 생성·진화·순환·변천하는 과정을 분류한 것이다. 우주의 기원에 관하여는 대폭발(Big Bang)에 의해 탄생해 지금까지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지배적인 이론이다. 우주에 있는 별들도 연료를 소진해 종말을 맞게 되면 새로운 별과 행성계를 위한 밑거름이 되며, 이것이 138억 년을 이어온 우주의 자연법칙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Cosmos)』의 역자이자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한국천문학회장을 역임한 홍승수 천체물리학박사는 사석에서 빅뱅 이전부터 별들의 팽창과 수축이 있었을 것이라는 나의 상상과 같은 생각을 가진 학자들도 있다고 했다(2015년). 2020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 박사는 빅뱅 이전에도 다른 우주가 존재했고 지금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티끌보다 더 작은 것이지만 
미시세계에서 보면 
우주만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생로병사
넷째,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우주만물, 일체생명, 모든 사람의 평생을 시간적으로 분류한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고 늙어가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 고통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한편 영국의 사회철학자 피터 라스렛 박사는 그의 저서 『신선한 인생지도』에서 인생 주기를 4단계로 나누고 구체적 나이와 관계없이 개념적으로 구분했다. 제1기 인생은 출생해서 교육을 마칠 때까지, 제2기 인생은 취업하고 결혼해 퇴직할 때까지, 제3기 인생은 퇴직 후 건강하게 지내는 시기, 제4기 인생은 건강이 나빠져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어렵게 되는 의존적 기간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제4기가 짧기를 바랄 것이다. 원불교 교도인 나는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는 노래(노사연, 바램) 가사처럼 부처가 되어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육도윤회
다섯째, 육도윤회(六道輪廻)는 일체중생이 선악의 업인(業因)에 따라 필연적으로, 천도·인도·수라·축생·아귀·지옥의 육도 세계를 끊임없이 윤회전생(輪廻轉生)하게 된다는 뜻이다. 윤회설은 고대 인도의 <우파니샤드> 시대로부터 전해 내려와 불교사상의 핵심이 됐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변함에 따르는 육신은 이제 죽어진다 하여도 변함이 없는 소소(昭昭)한 영식(靈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아니하고, 또 다시 다른 육신을 받게 되므로’(『대종경』 천도품 제6장)라고 밝혔다. 죽음은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것으로 생사(生死)가 아니라 거래라고 했다.

세계적 죽음학자인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박사는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한 자아를 둘러싼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으며,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스웨덴의 철학자·과학자인 에마뉴엘 스웨덴보그 박사는 ‘영계는 비슷한 영혼들이 끼리끼리 하나의 사회를 이루어 사는 곳’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한국죽음학회 회장)는 ‘우리의 영혼은 일정한 파동을 지닌 에너지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학계에 있어 왔다’고 하면서 ‘파동은 비슷한 것들끼리 모여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일보 보도(1982.10.3)와 SBS '그것이 알고 싶다’(1993.7.18)에서 방송한 바 있는 5살 때 일어·중국어를 말하기 시작해 5개 국어 능력을 발휘한 정연득(1977년생)을 비롯해, 신동(神童)들의 사례를 접할 때마다 그들은 전생의 경험이 꽃 피어난 결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윤회검증 사례
중국의 소수민족인 동족 밀집지역 후난(湖南)성 퉁다오(通道)동족자치현 핑양(坪陽)촌에 사는 주민들이 환생을 주장했다고 한다. 후난성 중난(中南)대학 황진(黃晉) 교수는 10여 차례 핑양촌을 방문해 조사를 한 뒤 ‘생환자라는 주장이 거짓말은 아니다’고 했다(중국 新京報, 2015.6.19). 또한 중국 산동성에서 몸을 바꾸어서 다시 살아나는 차시환생(借屍還生) 사례가 중국 신주일보(神州日報, 1916.2.26)에 보도된 바 있다. 

환생 연구의 세계적 대가인 미국의 버지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이안 스티븐슨 박사는 수년간 2,500여 전생 이야기 중에 600여 명의 자료를 수집했으며, 그중 대표적인 사례를 선정해 『윤회를 암시하는 스무 가지 사례』를 출간(1966년)했다. 또한 영국의 정신과 의사 케논 박사는 전생의 발병 원인에 의해서 병을 고치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우리의 기억과 감정, 심리적 트라우마는 한 삶에서 다음 삶으로 옮겨진다고 한다. 사람들은 전생이 있었고 뒤에 내생이 온다면 현생을 바라보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다.
미국 매세추세츠주 헤이브릴의 의사 던컨 맥두걸 박사가 1907년에 출판한 학술 연구를 통해 사람의 영혼 무게가 21g(1901년 1명의 측정사례)이라고 발표했다. 뒤이어 다른 의사들이 유사 실험으로 검증을 시도했으나 입증되지 않았다. 

학술지 「소생(Resuscitation)」에 게재(2007년)된 영국 사우샘프턴대 문헌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 후 깨어난 사람들의 약 10~20%가 임사체험(臨死體驗)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뇌에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죽음의 고통에 대응하는 엔도르핀의 분비 등 환각물질이 만들어짐에 따라 환각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영국 임페리얼대학 연구진(2018년)은 13명에게 환각물질을 주사한 결과 그들은 모두 ‘천국을 다녀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대 로저 펜로즈 교수와 미국 애리조나대 마취전문의 스튜어트 헤머로프 교수의 공동발표에 의하면 사람이 죽으면 의식을 구성하는 양자정보(Quantum Information)가 미세소관(microtubules)으로부터 우주로 방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만약 죽음에서 소생(蘇生)된다면 양자정보는 다시 미세소관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것이 죽음에 가까운 경험을 촉발시킨다는 것이다(Physics of Life Review, March 2014). 


우주 섭리의 추론
인류 역사 이래로 대표적인 논쟁의 하나가 유신론과 무신론일 것이다. 독일 철학자 니체 박사가 그의 저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고 했다. 그러한 이유는 종교가 추구하는 절대 선(善)이나 초월적 가치가 상실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한편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진화론(종의 기원, 1859년)으로 창조론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였다. 또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박사는 신을 부정했고, 영국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천국이나 사후세계는 실재하지 않는다며, 마지막 순간 뇌가 깜빡거림을 멈추면 그 이후엔 아무것도 없다. 뇌는 부속품이 고장 나면 작동을 멈추는 컴퓨터’라고 말했다. 만약 신(神)이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내기를 한다면 ‘신은 있다’에 거는 편이 유리하다는 ‘파스칼의 내기(Pascal’s wager) 이론’도 있다. 신이 있다고 믿으면 얻는 것은 무한하고, 신이 없다고 해도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후(死後)에 환생(還生)은 없다는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는 천국·지옥을, 환생을 인정하는 힌두교·불교·원불교에서는 윤회·해탈을 중시한다. 사후세계는 극락(천당)과 지옥 그리고 육도윤회 하거나 중음에 머무는 등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를 체계적으로 논증(論證)하기에는 난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윤회를 확신하게 된 나는 인생이 익어서 완성되는 날 이번 세상이 즐거운 소풍이었음에 감사하고, 우주의 섭리 속에서 다음 생(生)의 멋진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출발하고 싶다. 우주 만유의 에너지 파동은 물결처럼 이어져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 물질세계의 ‘질량불변의 법칙’을 생명과 정신세계까지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리를 보고 표현하는 방법은 종교나 시각(視角)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우주의 다섯 가지 섭리가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으며, 우리의 존재는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티끌보다 더 작은 것이지만 미시세계에서 보면 우주만 한 것임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은평교당 교도회장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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