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도 교무
권정도 교무

[원불교신문=권정도 교무] 『정산종사법어』 법훈편 62장에서는 “방심하지 않는 데에 성공이 있나니, 끝까지 중단 말고 결과를 내라”라고 했다.

불경(佛經)에는 방심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의미는 정반대로 사용되고 있다. 숫타니파타에서는 수행하는 사람이 마음의 긴장을 놓아버리는 것을 방심이라고 하면서 깨달음을 방해하는 원인으로 경계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선가(禪家)의 도방하(都放下), 곧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는 말처럼 방심은 아무 집착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한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처럼 방심이라는 말은 전혀 반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지만, 사실 마음을 단련하는 수행의 과정에서 보면 이 두 의미는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마음을 단단히 잡아야 할 때 잘 잡는 불방심(不放心)은 수도인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행하는 집심(執心)과 관심(觀心)공부의 과정이라면, 마음을 놓아야 할 때 온통 내려놓는 도방하의 방심은 바로 마음이 자유롭게 노닐게 해 주는 무심(無心)공부의 과정이라 할 것이다.

정산종사는 어떤 일이든지 방심하지 않는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 법문은 어떤 수행단계에 있는 공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일까? 집심공부를 마치고 관심공부에 접어든 사람들, 곧 하근기를 벗어나 중근기에 접어든 공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법문일 것이다. 대종사는 청련암 뒷산을 넘을 때 험한 길에서는 일심공부가 절로 된다고 하면서, 사람이 험한 곳을 가거나 어려운 일을 할 때는 실수가 적으나 오히려 평탄한 곳을 가거나 쉬운 일을 할 때 실수를 범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볼 때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처럼 관객을 바짝 긴장시켰다가, 그 상황이 끝나 사람들이 잠시 방심하는 사이 무언가 툭 튀어나와 더 크게 놀라게 만들곤 한다. 이처럼 마음 공부하는 사람이 바깥 경계를 대할 때 바짝 긴장해서 마음을 꽉 붙잡고 있는 집심공부가 한창일 때는 일심이 잘 돼 자연히 실수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집심공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긴장이 느슨해지면서 평소 행하던 쉬운 일에 크고 작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늘 부모의 보살핌을 받던 아이가 조금 커서 부모와 외출했을 때 잠깐 한 눈을 판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져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일을 종종 본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부모 손을 떠나면 어디로 튈 줄 모른다. 잠시 방심한 순간 온갖 곳을 돌아다니며 때를 묻히고 심하면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니, 아이 손을 놓친 부모의 심경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 그러니 마음공부도 어린아이 손을 잡고 있듯, 조금 익숙해진다 싶을 때 방심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하는 것이다.

 /영산선학대학교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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