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웅 교무
박세웅 교무

[원불교신문=박세웅 교무] 인류는 코로나19의 확산여파에 따른 충격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교육·사회·의료·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우리의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또한 그 영향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이전에는 그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이며, 이전으로는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리드먼(Tomas L. Friedman)이 인류의 역사를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이전과 이후 사이의 ‘지금’을 지나고 있는 인류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기준을 갈망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는다면 인류는 전과 같은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래된 기준은 산산조각 나고 새로운 기준은 아직도 요원하다. 무엇이 인류를 행복으로 이끌어줄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19 상황은 인류가 물질문명을 향해 거침없이 돌아가던 엔진을 잠시 멈추고 마음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며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마음공부의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기준)을 생각해봐야 할 시기이다. 
 

타율(他律)에서 자율(自律)로의 전환
각계각층의 현장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른 각 분야의 전망과 그에 따른 생존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망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단연 ‘언택트(untact)’이다. 온라인 비대면 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는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선택으로 여겨진다. 

이는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가운데 하나인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학생이 되고, 회사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직장인이 된다. 내가 서 있는 공간을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인식해 온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더 이상 학교에 나가지 않는 학생, 출근하지 않는 직장인들이 온라인 네트워크 속에서 공부하고 업무를 처리하면서 이들은 스스로를 자각하는 방식부터 달라지게 됐다. 코로나블루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가 파생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코로나블루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어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사회적 고립감이 증대되고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우울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1위로는 ‘고립,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 지루함’(22.9%)이 꼽혔다.(「조선일보」 2020.4.12.) 이후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코로나블루의 경험비율은 6월 69.2%, 9월 71.9%로 그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이다.(「쿠키뉴스」2020.9.21)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와 같은 집단적 사회병리현상의 원인에 대해 감염우려, 소통단절에 따른 무력감, 사회적 관계 결여에서 오는 우울감 등을 말한다. 한마디로 코로나블루는 ‘고독의 위기’인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은 사람들에게 왜 위기가 되었을까? 물론 개인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인류가 그동안 자기 스스로 좋아하는 것(Like)이 아닌 사회적 기준에 따라 원하는 것(Want)을 추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김경일, ‘행동의 척도가 달라진다’)에 동의한다.

다시 말해 행복의 척도가 자율이 아닌 타율에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타율이란 자기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남의 명령이나 외부의 정해진 기준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면, 자율이란 자신의 욕망이나 남의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가 세운 원칙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타인과의 비교우위와 인정에서 행복감을 추구하고 타인의 시선을 행복의 척도로 삼아온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근무와 교육환경 등에서 언택트 문화가 확장됨에 따라 기존 공간에서의 관계가 무너지고 타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때 자신의 존재가치와 정체성에 대해 의심하고 자신만 불행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율성의 결여’가 코로나블루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류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타율에서 자율로의 전환’이 과제로서 요청된다. 

같은 맥락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공부 역시 외부의 수동적인 조건이나 획일적인 방법론에 의지하기 보다는 개개인이 성리(性理)를 통해 스스로의 자율성을 인증하고 나아가 그 절대긍정의 본성을 마음공부의 기점으로 삼아 자율적인 본성회복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류의 탐욕적 에고ego에서

지구의 생태적 에코eco로의 전환
‘인간 본위주의’ 마음공부에서

‘인간 중심주의’ 마음공부가 돼야

에고(ego)에서 에코(eco)로의 전환
최근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지만 공통된 견해 중에 하나는 바로 ‘환경파괴’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1900년만 해도 인간이 사는 땅은 지구 전체의 14%였으나 지금은 77%에 육박함을 지적하며 인간들이 재난을 피해 이주하듯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과 바이러스까지도 재난을 피해 탈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동물은 서식지가 파괴되었기 때문에 인간 곁으로 올 수밖에 없었고, 바이러스도 그 동물을 타고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류의 집단적 파괴로부터 단지 살아 남기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코로나19(박쥐)와 더불어 최근 몇 년 동안 사스(사향고양이)·메르스(낙타)·에볼라(아프리카 원숭이)·지카(붉은 털 원숭이)와 같이 인수공통감염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이 발생되는 이유이며 바이러스의 출현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잭 웨더포드(Jeck Weatherford)는 질병은 인류의 삶에서 그림자와 같은 것으로, 인류는 농업혁명을 거치면서 수렵과 채집에서 농경과 목축 위주의 생활로 전환하면서 이미 전염병에 노출됐다고 말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원인은 결국 ‘인간’이라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공기오염이 극심한 인도 뉴델리 시민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도시 봉쇄령 이후에야 하늘이 원래 파란색이었다는 것을 상기했다. 런던 교외의 주택가에서는 인간의 활동이 멈춘 자리에 야생의 사슴 떼가 출현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는 관광객들이 줄어들어 해파리가 보일 정도로 맑아졌다.(JTBC뉴스, 2020.4.22.) 코로나19가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함을 주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야생동물들에게는 새로운 활력을 주게 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의 근원적인 원인이 인류가 추구하는 물질문명세계의 무분별한 파괴와 확장의 결과라는 진단은, 모든 존재가 하나의 생명으로 이어져 있음을 실지로 체득하게 해 이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했다. 나아가 코로나19의 원인이 ‘인간’이라면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자연과의 생명적 유대회복도 결국 ‘인간’에게 달려 있음을 자각하게 됐다. 

코로나19의 발생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자각은 인류가 행복한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려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그것은 ‘인류의 탐욕적 에고(ego)에서 지구의 생태적 에코(eco)로의 전환’이다. 이것이야 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생태적 거리회복을 통한 생명다운 공존의 방식 즉 같이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마음공부도 생태와의 대립된 범주에서 인간을 정복자로 보는 ‘인간 본위주의’의 마음공부에서 벗어나서, 도덕적 수양을 통해 생태에 대한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간 중심주의’의 마음공부가 돼야 한다. 마음을 다해 자신의 본성을 알고, 그 본성을 앎으로써 나아가 하늘의 덕성까지도 체득(盡心, 知性, 知天)해가는 내면의 마음공부의 기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끝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간이 주인이 돼 자율적 자기회복과 생태적 관계회복으로 가는 그 길에 마음공부가 하나의 큰 희망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 박세웅 교무

ㆍ성균관대학교 유학과 석사
ㆍ중국 북경대 철학과(중국철학) 박사
ㆍ현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2021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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