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 옹호 중심 사업 전개
70여 년간 주제·대상 확대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사회적 정의를 실천하고 있는 비영리단체를 찾아가 그들의 활동 모습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본 기획을 마련했다. 두 번째로 만나볼 곳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하 어린이재단)’이다. 일명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떻게 하면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그 길을 찾아보고자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표이미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표이미지.

CCF 철수로 ‘어린이재단’ 탄생
‘어린이재단’은 1948년 설립된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Christian Children’s Fund, 이하 CCF) 한국지부가 모태다. 한국의 열악한 아동복지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CCF는 특히 1950년대 6.25 전쟁 발발로 생겨난 전쟁고아들을 위해 집중적인 구호 활동을 펼쳤다. 196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약 3만 명의 아이들이 도움을 받았다. 이후 1986년 CCF가 철수하면서 현재의 어린이재단이 구성됐고 민간 복지재단으로서 독자적인 ‘아동 옹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어린이재단’에서 ‘한국복지재단’으로, 이어 다시 ‘어린이재단’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2010년 4월부터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초록우산’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미래를 담아 언제 어디서든 모든 어린이를 감싸주고, 지지할 수 있는 든든한 기둥이 되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한 보호 대상 아닌 권리 주체
어린이재단의 사업은 아동 친화적 환경개선을 위한 애드보커시(옹호)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애드보커시’란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옹호 활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즉 어린이재단은 단순히 아이들이 힘이 없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권태훈 복지기획팀장은 “어린이재단이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은 시혜적인 이미지가 느껴지곤 하는 복지의 개념이 아닌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한 옹호의 개념이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1989년 11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했다.
 

폭력, 안전, 놀이 등으로 사업 확대
올해로 창립 73주년을 맞은 어린이재단은 그동안 쌓아온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점차 진화시키고 있다. 빈곤에만 치우쳐 있었던 사업의 주제가 폭력, 안전, 놀이 분야로까지 확대됐다. 또 과거에는 개개인에 대한 지원을 중심으로 사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지역사회의 모든 아동으로 그 대상도 넓어졌다. 일례로 어린이재단은 2017년부터 ‘그린로드대장정’ 캠페인을 통해 속도제한, 불법주차 등 통학로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아동들의 삶의 균형을 맞춰 주기 위한 ‘어디든 놀이터’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놀이터가 될 수 있도록 놀이환경을 구축하자는 취지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경제의 발전으로 빈곤 아동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다른 영역들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며,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어린이재단의 활동 범주에 변화를 일으켰다. 권 팀장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후원금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자체에서 조례나 법을 만들어 지역의 빈곤 가정 아이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도 아동 옹호 사업에 해당한다. 학대 등을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권태훈 복지기획팀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권태훈 복지기획팀장.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어린이재단은 최근 “아동학대 가해자의 핑계거리 징계권 조항 삭제를 환영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기도 했다. 국회는 1월 8일 본회의를 열고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온 「민법」 제915조(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진 가정 내 체벌을 용인해온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민법」의 징계권 조항은 1958년 「민법」이 제정된 이래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채 체벌로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근거로 사용돼왔다. 어린이재단은 논평을 통해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되었던 징계권 조항을 전부 삭제한 이번 법률 개정은 아동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 주체라는 점을 국가가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어린이재단은 사단법인 두루, 세이브더칠드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굿네이버스와 함께 징계권 조항 삭제 캠페인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를 펼쳐왔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조례나 법을 만들어 
빈곤 가정 아이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일도 
아동 옹호 사업에 해당한다

사명감만으론 아동 보호 한계 
아동학대 관련 법과 매뉴얼들은 손을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짜여 있다는 게 어린이재단의 설명이다. 다만 이 시스템을 다루는 게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는 점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1인당 평균 아동학대 사례관리 수는 64건으로 상담원 1인당 적정 사례관리 정도를 17건으로 보고 있는 미국 아동복지연맹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량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86.7%에 불과한 상담원 인건비, 학대 행위자로부터의 지속적인 민원과 폭언, 위협 등은 이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말해준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평균 근무근속연수가 3.3년이라는 점은 아동학대를 발견하고, 이후 사례관리를 통해 재학대를 방지해야 하는 일선 현장의 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어린이재단은 좋은 법안과 제도 등이 만들어지더라도 결국 그것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일을 하는 건 아동학대 관련 종사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떠나지 않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주변에서 아동학대의 징조가 없는지 등에 대한 대중들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권 팀장은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른이라고 한다면 아동의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면서 “어린이재단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심어 주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긴 세월 동안 아동과 함께 대한민국의 사회복지 역사를 써 왔다고도 볼 수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아동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목소리를 낼 이들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2021년 3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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