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뒤면 3대가 마무리 된다. 교단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며 개벽의 역사를 써왔다. 국내 교당 600여 개, 기관 300여 개, 해외 교당과 기관 100여 개를 거느릴 만큼 성장했고 최근에는 미국원불교 법인을 독립시키고 미국원불교 종법사를 탄생시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3대 평가와 4대 설계 준비에 한창인 이즈음 ‘교단은 무엇일까’, ‘교단의 본질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 같다. 

불법연구회통치조단규약 총론은 ‘단장은 종사주(소태산)에게서 배운 그대로 자기 아래 구인의 공부와 사업을 지도감독하게 하고 그 아래 9인은 또 자기 단장에게서 배운 그대로 매인 아래 9인씩 지도 감독하기 위하여 이 단을 조직하려 함’(윤문)이라고 단장의 사명과 조직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원불교교헌 전문은 ‘재가·출가 전교도가 다 같이 주인이 되어 일원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공화제도의 체제와 십인 일단의 교화로 참 문명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라고 명시하고, 교헌 12조는 ‘본교는 십인 일단의 교화단을 조직하여 교화와 통치의 원활을 기한다’라고 이단치교의 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위 내용에서 우리가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단 조직이 교단의 핵심 조직이란 사실이다. 여타 행정 조직들은 시대와 상황을 따라 변할 수 있지만 단 조직은 교단의 핵심 조직으로 상존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둘째는 단을 통해서 공부와 사업을 지도하고 감독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공부란 삼학팔조의 수행을, 사업이란 사은사요의 신앙과 보은활동을 의미하니 교단의 목적과 사명을 단장과 단 조직에 응축해 놓은 셈이다. 셋째는 교화단이 교단 통치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화단이 단순히 좁은 의미의 교화만을 촉진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교단 통치의 핵심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이단치교의 원리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교단 4대 설계는 미래의 형세를 보아 미리 준비하는 작업이다. 급변하는 교화환경을 감안해서 교단 발전 계획을 짜야하는 어려운 일이다. 장기 침체에 더해 코로나 팬데믹이란 난관에 봉착한 교화는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고 복잡다단해진 교단 조직은 재구조화의 지혜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교조 원각성존 소태산의 핵심 경륜이 무엇인지, 어떤 조직을 핵심 조직으로 삼아 경륜을 실현하려 했는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공부와 훈련, 교화를 살려내고 개교의 동기를 실현하며 교단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대안 조직으로서 단 조직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4대 설계의 큰 그림에 ‘단’이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너무 단순화한 것인지 모르지만, 교단은 단이 모인 것이고, 교단은 교화단의 줄임말이라고 보면 교단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2021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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