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식 교수
이원식 교수

[원불교신문=이원식 교수] 코로나19 이후 선진국들은 기후·환경적 위기를 극복하고 녹색경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인 그린뉴딜을 통해 녹색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탈탄소사회 이행을 위한 ‘국가기후위기위원회’를 설치하는 ‘그린뉴딜기본법’과 ‘녹색금융지원촉진특별법’을 공동 발의해 국민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득양극화와 자산불평등 심화
코로나19 사태는 소득양극화와 더불어 자산불평등도 심화 시킬 것이다. 한국은 자산 불평등이 국제적으로도 심한 수준이다. 한국의 최상위 1%의 자산 몫은 24.5%로, 미국(37%)보다는 적고 영국(19.9%)이나 프랑스(22.9%)보다 많다. 한국이 미국보다는 그나마 낫지만, 최상위층 부자들이 유럽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로 부의 독점이 심하다. 

문제는 상위중간계급(upper middle class)이라 부를 수 있는 상위 1~10%의 자산 몫에서 한국은 상위 1~10%가 전체 자산의 40.7%를 가지고 있어, 중국(39.3%)과 미국(35.4%)을 능가할 뿐더러, 영국(32%)과 프랑스(31.9%)는 당연히 가볍게 압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소득의 양극화와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갈등과 새로운 사회문제가 예견되고 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과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자산 불평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단순히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이 미비함만은 아니다.
 

코로나19의 해법으로서의 무아봉공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자비한 환경파괴와 이기적 욕심이 불러온 인과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는 일원상 진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주만유가 하나의 생명이며 은혜임을 알지 못한 어리석음을 깨달아, 생태환경과 우리 삶에 대한 자각이 요구된다. 일찍이 문명의 대전환기에 소태산 대종사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고, 정산종사는 ‘마음공부로 새 세상의 주인이 되라’고 했고, 대산종사는 평생 ‘조불불사(造佛佛事)’를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결국 해법은 우리들 마음에 무아봉공의 실천적 자세가 요구된다. 

원불교봉공회는 코로나19로 서울역 노숙인과 쪽방촌에 수요일마다 도시락을 나누고 있다. 한때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밥차를 제공하고, 면 마스크를 만들어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에 동참했다. 봉도청소년수련원은 강북구가 지정한 ‘안심숙소’로 선정돼, 외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의 가족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다. 수련원 이용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리이타이자 무아봉공을 실천한사례이다. 

성주 소성리에서 ‘평화’ 운동을 하면서 교류하게 된 일본의 젠코(ZENKO=평화와민주주의를위한전국시민연대)에 마스크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성금을 모아 마스크를 보내기도 했다. 모두 봉공을 행한 것이다. 
 

온정이 끊긴 서울역 노숙인과 쪽방촌에 봉공회원들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전했다.
온정이 끊긴 서울역 노숙인과 쪽방촌에 봉공회원들이 정성을 담은 도시락을 전했다.

디지털 시대의 교화방법 모색
코로나19가 촉발된 위기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결과이며, ‘기후위기’와 ‘사회 양극화’라고 본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크고 가혹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코로나19는 종교계나 우리 사회에 변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과 기회를 줬다. 특히 종교계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교화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훈련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상시훈련이 중요한 시대다. 

앞으로 교단은 중앙집권체제에서 교구중심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변화하는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 그리고 미래 종교는 다양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대중의 관심도가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재가출가가 합력해야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시스템으로는 교화도 봉공회 활동도 어려워질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의 가르침이 무색할 정도로 아마추어 아날로그식 성직자 중심의 종교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지난 4월에 기후위기를 당해 원불교환경연대가 ‘불을 끄고 마음을 켜다’라는 천지보은 15분 기도를 진행했다. 대면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온라인상에서 함께 기도를 올렸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교도들이 가정에서 법회를 보고 있다. 일방적 설교에서 문답형식의 온라인 법회로 문호를 열어야 한다. 다양한 콘텐츠 교화로 전환해야 한다.


종교는 공공의 선을 위해 나서야
대종사 당대의 경전이었던 『수양연구요론』에 보면 인생의 목적은 수양에 있고, 수양의 목적은 연구에 있고, 연구의 목적은 혜복을 구하는 데 있다고 했다. 종교는 개인의 혜복을 넘어서 일체중생의 공공의 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공동체와 사회 정의를 위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성찰해야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시대의 고통과 함께하기 위해 저축조합을 만들고, 방언공사로 초기 교단의 경제적 토대를 만든 뒤에 제자들과 기도를 시작했다. 영육쌍전(靈肉雙全)의 모범을 보여준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코로나19 시대는 대종사의 삶을 통해 과거지향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좀 더 혁신적인 길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시대는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에 맞는 법회 식순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탈종교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교법 체계를 다듬어야 한다. 

일원상의 진리를 중심으로 삼동윤리 등 모든 종교를 아우를 수 있는 종교는 많지 않다. 교단 운영에 있어서도 중앙과 교구·교당이 서로 연결돼 있어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고, 수행에도 정기·상시훈련법을 밝혀 공부하게 했다.
 

교법의 사회화·시대화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5년 전에 서울교구 소속으로 단체등록을 했다. 교당 없는 교당이라는 새로운 교화형태를 만들었다. 성주성지에서도 원불교 교무가 현장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며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교화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매일 기도하고 의식을 진행하면서 원불교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법의 사회화가 궁극적으로는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자’는 것이다. 그 방책은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다. 원불교의 외연을 확장하고 사회 정의에 동참해야 한다. 원불교도 울타리 없는 교화, 현장과 함께하는 미래교화를 했으면 한다.

대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교단이어야 하고, 교무들도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만의 교리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원불교환경연대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햇빛발전으로 에너지 전환 운동을 하고 있다. 원불교환경연대가 지난 10년간 실천해온 노력들이 적지 않다. 
원불교는 이제 교법의 시대화에 더 깊이 고민해야 하고 그것이 대사회 봉공이라 생각한다. 

■ 이원식(법명 화정) 교수
ㆍ금강대학교
ㆍ동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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