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교무
김종길 교무

[원불교신문=김종길 교무] 얼마 전부터 들려오는 미얀마 소식을 접하며 제발 유혈진압 쪽으로 상황이 흐르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결국 시민을 향한 조준 사격과 사상자 소식을 접하며 여지없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980년대, 최루가스 분신 체포 그리고 비통한 죽음에 대한 분노가 역력하고 뒤집어쓴 최루탄가루는 적당히 털고 물바가지 세수쯤으로 답답함을 해결하지만 출가를 자처한 예비교무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답답한 의문 한 가지는 남아 있었다.

 “조선은(중략) 정신적 방면으로는 장차 세계 여러 나라 가운데 제일가는 지도국이 될 것이니”라고 조선이라는 국호를 쓸 정도의 시절인데도 “지금 이 나라는 점진적으로 어변성룡이 되어가고 있느니라”는 『대종경』 전망품의 법문을 볼 때마다 어지간히도 불편하고 답답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막연히 기다려서 될 일은 분명 아닌데 언제 그리될까? 아득하게만 여겨지던 소태산 대종사의 전망은 교의품에 한 술 더 기름을 부었다. “법신불 사은이 우리에게 죄 주고 복 주는 증거는 아무리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자상히 설명하여 주면 알기도 쉽고 믿기도 쉬운 줄로 생각하는 바이나.” 말 그대로 쉬운 줄로 생각하는 바이기는 하나, 조선이 아닌 1980년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하느님, 부처님이 죄복을 준다는 것을 더 믿으려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정확히 무엇 때문에, 언제, 누구 덕분이라고 말할 수 없으나 아득하고 불만스럽게 보였던 소태산 대종사의 전망이 오늘날 현실이 되고 원불교 교도뿐 아니라 교당에서 처음 만난 군인 용사, 사관생도, 경찰학교생, 교도소 재소자까지도 그리 자상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알아듣는 것을 볼 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원불교에는 출가교도와 재가교도의 구분이 있는데 일시적으로 ‘순회교도’의 신분이 존재한다. 골프나 테니스에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석권했을 때 ‘그랜드슬래머’라고 부르는 것처럼 4대 종교의 세례, 영세, 수계, 입교식을 두루 거친 고마운 종교 ‘그랜드슬래머’가 그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원불교에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관계로 다양한 간식체험과 종교이해를 기반으로 소감을 전하기도 한다. “원불교에서 하는 이야기는 알아 들을만 합니다.”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강요하지 않고 마음이 편해서 좋거나 감사생활의 상시수행이 도움이 된다”는 등의 수다로 나름의 인사를 치르고 정착하는 청춘들도 있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교리나 종교에 관심 없다는 청년들의 태도를 보면서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자상히 설명하여 주면 알기도, 믿기도 쉬운 교법을 전하는 자부심과 이 나라의 어변성룡을 전망하고 그 후, 정신적 방면으로 세계의 지도국이 되는 그 국민의 자격을 준비하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안내는 성급하기는 해도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갈 만큼 신이 나고 할 일이 많아진다. 특히 이 삼십 년 뒤에 교단의 주인이 되고 세계시민이 될 지금의 청년들이 소태산의 가르침과 전망을 좋아하니 피곤을 잊을 만큼 흥이 나서도 좋다. 

다만, 자상히 설명하자니 ‘순회교도’라도 만나야겠는데, 그 옛날 학생회 시절, 교당에서 뒤져 먹던 누룽지, 새우깡 같은 ‘자상한 햄버거’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정은교당ㆍ중앙경찰학교

[2021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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