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25,000원 
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25,000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조용헌의 영지순례』에는 동양학자 조용헌이 직접 답사하고 체험한 영지 23곳의 기운과 풍광이 담겼다. 영지(靈地)란, 말 그대로 신비하고 신령스러운 땅을 일컫는다. 보통의 이론과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곳에서 승려와 도사를 비롯한 정신수행자들은 우주의 흐름과 기운을 느끼고, 선비들은 인간됨과 마음의 결을 다듬었다. 민초들은 삶을 달래며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자연이 곧 종교이자 지혜의 보고요, 치료사였던 셈이다.

영지란, 달리 말하면 명당(明堂)이다. ‘명’은 태양과 달이며, 아침과 저녁, 따듯함과 차가움, 열정이자 이성이다. 양쪽의 기운이 균형을 이루는 땅에서 특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신라말기 도선 국사는 전국에 3,600군데의 명당이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 자체가 명당이자 영지라는 말이다. 40여 년 전국의 명산을 누빈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새롭게 영지를 답사했다. 전에 가 본 곳이라도 대부분 다시 방문했다. 지리산 영랑대의 경우 해발 1,700미터 정상까지 15㎏짜리 배낭을 메고 왕복했다.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고, 더불어 그 사이 달라진 작가 자신의 생각을 새롭게 정리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한국의 영지는 기운도 좋지만 그 풍광 또한 일품이다.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로 사람을 치유하고 달래주는 효과가 있다”며 “만사가 시들하고 허무하고 분노심이 들고, 세상 헛살았다는 느낌이 들 때는 장엄한 풍광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땅에서 올라오는 기운도 강하지만, 영지 주변을 둘러싼 풍광 또한 아름답다. 기운과 풍광, 이 두 가지 요소가 인간에게 감동을 준다”라고 전했다. 수록된 227컷의 사진과 화보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지의 신령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나의 존재 이유와 삶의 진가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이다.

[2021년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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