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효
박명효

[원불교신문=박명효] 최근 학교로부터 상담이 의뢰돼 만났던 청소년은 중학교 시절부터 복통을 자주 호소해 병원에 다니며 각종 검사를 다 받아봤다. 하지만 의학적인 원인은 찾지 못했고, 스트레스성 위장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학교 등교를 거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학교로부터 상담이 의뢰됐다.

그 청소년의 부모는 처음에는 자녀가 아프다는 것에 걱정이 됐지만, 의학적으로는 이상이 없다고 하자 자녀가 꾀병을 부린다고 생각을 해 다그치기도 하고, 복통의 호소에 약만 주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상담을 통해 만나 본 청소년은 학교에 대한 불만이 많았으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많았다. 이 청소년이 경험하는 증상은 꾀병이 아닌 심리적인 문제와 연관이 있는 신체화 증상이었다.

신체화는 자신이 경험하는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 불쾌한 감정들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한 것이 몸의 통증으로 나타나거나, 회피하고 싶은 문제가 있을 때 방어기제로 몸이 아프다고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다.

신체화를 경험하는 청소년 중에는 위의 사례처럼 복통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두통, 어지러움, 대장증후군, 탈모, 빈뇨,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들은 아프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픔을 경험한다.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신체화 증상은 특정 상황 및 사건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난다. 특히 학교부적응으로 등교하기 전과 공부 또는 시험을 보게 될 때 심리적 부담감이 가중되면서 몸의 통증을 호소한다. 

위에서 상담을 했던 청소년의 경우 중학교 때는 시험 및 학업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고등학교에 입학 후에는 선생님과의 갈등과 입시위주의 학교분위기가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키며 신체화 증상을 호소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거기에 부모의 강압적인 양육방식이 불편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기질 성향이 예민한 경우, 자신의 감정을 수용 받지 못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경우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해소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누적된 스트레스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경우 신체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처음에는 심각하게 여기며 이곳 저곳의 병원을 방문한다. 하지만 의학적인 원인이 없다는 걸 안 후에는 꾀병이라 여기며 다그치거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라 생각하고 자녀를 방치해 두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만성화가 되고 증상이 심해져 신체 증상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신체화를 유발하는 상황을 탐색하고 불편한 감정을 수용하며 표현함으로써 증상은 완화될 수 있다. 신체화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가를 찾아보고 표현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해소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고, 주변의 보호자들이 꾸준하게 지지를 보내 주는 게 도움이 된다. 특히 부모의 높은 지지가 신체화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녀가 경험하는 불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해소하는 게 좋을지 함께 알아보는 활동들이 신체화를 사전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라북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2021년 3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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