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 한기중 법명 명진. 1950년, 충청남도 당진시에서 태어남.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봉은사 주지를 지냈다.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파악한 정보다. 이명박 정부는 이 정도 정보에 만족하지 못했다. 명진 스님이 4대강 사업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자 국가정보원은 대북전문가와 대북공작금으로 만든 일명 ‘포청천 팀’을 동원해 그를 불법 사찰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대규모 사찰 봉은사의 주지가 미치는 정치적 영향력을 우려한 탓이다. 

2010년 7월 국정원 회의에서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명진 스님을 향해 “종북좌파가 서울 한복판에서 요설(妖說)을 설파한다. 이런 사람을 ‘아웃’시키지 못하면 직무유기”(MBC)라고 말했다. 교단에 대한 압력도 행사했다. 이후 명진 스님은 대중 매체의 뭇매를 맞고 주지직에서 쫓겨나고 승적까지 박탈당한다. 하지만 지난 3월 11일 대법원은 불법 사찰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에 명진 스님은 국가와 조계종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리인단 대표 이덕우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목적이 “권력을 남용한 국가범죄, 종교범죄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 개인의 헌법적 기본권의 가치를 성찰하게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는데 기본권을 보장해야 할 국가기관이 이를 침해한다면 헌법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결단코 어떤 권력도 개인의 존엄을 해쳐서는 안 된다. 기본권의 보장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의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종교와 정치의 부정한 결탁도 배격돼야 한다. 정치는 종교를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삼지 말아야 하고, 종교 역시 교세를 키울 요량으로 정치 권력을 등에 업어서는 안 된다. 이들의 부정한 결탁은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고 국민을 불행하게 만든다. 소태산은 정교동심(政敎同心)을 설했다. 이것은 정치와 종교의 최선의 합력과 조화를 의미하는 것이니 정치와 종교가 함께 가야할 낙원 건설의 길은 아직 먼 것 같다.

끝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이 일은 결코 명진 스님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불의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하면 언제든 명진 스님은 명진 교무님, 명진 교도님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인위적 경계가 막아보려고 해도 진리와 정의는 그 모든 경계를 넘어서 퍼져나간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공동의 노력은 정신개벽을 위한 정진 적공과 둘이 아니다. 

[2021년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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