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은 교도 / 여의도 교당
정형은 교도 / 여의도 교당

[원불교신문=정형은 교도]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50일이 지났다. 초기에 시민들은 냄비와 경적을 울리며 SNS로 소식을 세계 각지에 실시간 전파했지만, 3월 들어 군부가 인터넷을 끊고 계엄령을 확대하며 흡사 전쟁터처럼 무차별 총격을 가해 민간인 사망자만 200명을 넘어섰다. 군부가 재소자들을 2만명 사면시켜 물에 독을 타고 방화를 저지르며 재산을 약탈하는 사태가 여기저기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군부는 아웅산 수치 고문을 비롯한 민주인사들을 2400여 명 이상 구금하고 고문을 하는 등 미얀마 전역에서 유혈진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군경이 다가와 최루탄을 쏘면 게릴라처럼 흩어지는 방식으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제기구의 대응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미얀마는 급격히 위태로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1948년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뒤 1962년 군부쿠데타가 일어나 2015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총선 압승으로 군부독재를 끝낼 때까지 군부는 53년간 미얀마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철권통치를 해왔다. 2020년 11월, 다시 민주주의 민족동맹이 선거에서 승리해 문민정부 2기가 시작되자 군부는 부정선거 조사를 이유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이미 1988년과 2007년에도 군부는 3천 명 넘는 시민을 죽여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켰고 국민의 신망을 받는 아웅산 수치를 15년간 가택연금하는 등 탄압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군부에 대한 제제를 강력히 경고하고, 아시아 정상 가운데 최초로 문재인대통령이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미얀마 군 장교 교육훈련 중단과 최루탄 등 수출 불허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비판성명만 내고 구체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그러는 사이에 군부의 시민학살은 더욱 속도를 내어 3월 14일 피의 일요일에 50명 넘는 사망자가 하루 만에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비슷한 이번 미얀마 민주항쟁에 대해 시민사회가 먼저 지지하고 연대하며 움직이고 있다. 미얀마 유학생과 노동자들과 함께 미얀마 민주항쟁을 알리고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과 응원 메시지가 활발하다. 불교와 천주교, 개신교는 모금과 오체투지 및 미사를 통해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기도하고 있으며, 원불교를 포함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서는 미얀마 민중항쟁과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군부의 발포로 163명 희생자와 166명 실종자를 냈지만 철저한 보도통제 속에서 외신기자들의 용기 있는 보도로 전 세계에 알려졌고, 그 후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밑거름이 됐다. 이처럼 국제적 지지와 연대는 지구촌 시대에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세계의 정의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이뤄낼 수 있다.

목숨을 걸고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은 말한다. 살아남아 있는 게 죄책감이 들어서 위험해도 시위를 계속 하노라고. Z세대와 청소년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독재를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미얀마의 미래를 위해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얀마에게 관심 가져주는 한국 분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고. 째주띤바데(고맙습니다)!

세계는 한 일터, 인류는 한 가족! 힘을 내요 미얀마, 그대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때늦지 않게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에 우리가 함께 하겠습니다. 

/여의도교당

[2021년 3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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