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대각개교절이 있는 대각개교의 달이다. 원각성존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진리를 두렷이 깨친 대각의 달이고, 파란고해에 헤매는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해 새로운 회상의 문을 연 개교의 달이다. 대각개교절은 소태산 대종사의 탄생일까지 기념하기에 교도의 공동 생일을 겸하고 있다. 

교단은 대각개교절 전후 1개월 동안을 경축기간으로 정하고, 교단의 경축 행사를 될 수 있는 대로 이 기간 중에 거행하고 있다. 원불교인들에게 이즈음은 깨달음에 대한 서원을 새롭게 하고 원불교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사명을 되새기는 때이다. 

소태산은 무엇을 깨달은 것일까. ‘개교의 동기’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사람들이 물질문명의 노예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과 거기서 벗어나려면 진리를 믿으며 사실적 훈련으로 정신을 개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태산은 우주만유가 서로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로 맺어졌다는 은 사상과 각자의 마음을 잘 쓰는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는 핵심 교리를 제시했고, 뜻을 같이 하는 동지들을 모아 새로운 회상의 문을 열었다. 9인의 제자로부터 시작한 작은 법의 모임은 성장을 거듭해 현재의 교단을 이루었고 우리는 106년 전 대각의 광명을 지금 여기에 다시 빛나게 하려 한다. 
 
소태산의 깨달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대 문명이 직면한 위기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함께 언제 어디서나 정신을 개벽하는 공부인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투철한 자각이 필요하다. 소태산이 꿈꾼 광대무량한 낙원은 그가 제시한 교법으로 물샐 틈 없이 훈련된 사람들에 의해 건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태산은 어떤 요행과 지름길도 용납하지 않았다. 

미륵불 용화회상의 첫 주인을 묻는 제자에게 ‘하나하나 먼저 깨치는 사람이 주인이 되나니라.’는 대답이 그 증거다. 다시 말해, 현대 문명에 별 문제가 없다는 사람, 물질의 노예도 발견하지 못하겠다는 사람,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라는 길 말고 다른 지름길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소태산의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일 것이다. 
 
대각의 달 4월은 만물이 화려하게 소생하며 기쁨을 나누는 계절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4.3 제주 양민 학살, 4.16 세월호 사건, 4.19 혁명과 같은 아픈 역사가 함께 하고 있다. 미얀마, 시리아 등 세상 곳곳에선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우리의 깨달음이 빛을 더해서 무명을 밝히고 어리석음과 불의를 물리쳐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때 비로소 우리의 깨달음이 온전한 깨달음에 이를 것이라 믿는다. 
소태산의 깨달음이 우리의 깨달음이 되고, 그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되는 원기106년 대각개교절을 맞이하자.

[2021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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