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동물 구조·입양에 중점
유기동물 발생 억제와 학대 대응도

장병진 동물자유연대 회원모금팀장
장병진 동물자유연대 회원모금팀장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최근 익명 채팅방에서 동물학대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명 ‘동물판 n번방’이 이슈가 됐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동물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우리는 과연 어떤 시각으로 동물을 바라봐야 할까. 동물자유연대의 목소리를 담아 봤다.

동물과 사람 공존 꿈꿔
동물자유연대는 90년대 후반 PC통신 모임에서 시작됐다. 동물복지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보호 활동을 시작한 이들의 동물에 대한 철학은 명확하다.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고통을 해소 받을 권리가 있다”는 구호 아래 반려동물, 농장동물, 전시동물 등 인간과 다양한 관계 속에 있는 동물들의 복지개선과 권리 확장을 위해 노력해 왔다. 활동 목표는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모든 동물들이 인도적인 대우를 받게 하는 일이다. 또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이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다. 장병진 동물자유연대 회원모금팀장은 “우리는 동물과 사람의 공존사회를 꿈꾸고 있다. 동물을 인간의 지배 대상이 아닌 사람과 같이 생태계의 한 부분으로 본다”고 밝혔다.
 

동물도 하나의 생명체
처음엔 구조와 입양 등이 중심이 됐고 현재는 ‘학대 예방과 유기동물 발생 억제’를 큰 축으로 해서 ‘농장동물 산란계 케이지 프리(케이지가 아닌 환경에서 생산된 달걀로 소비 전환하는 캠페인)’, ‘사육곰 구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활동 초창기 때만 해도 ‘입양’이란 사람에게만 쓰이는 단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하는 장 팀장은 “동물을 입양한다고 표현하는 문화가 온전히 자리를 잡은 지금도 시장에서는 분양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분양은 물건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단어다”면서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보는 시각에 따른 논란은 단어 사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동물을 학대해 지자체 동물담당관으로부터 격리조치를 받더라도 학대자가 돌려달라고 하면 돌려줘야 한다. 동물을 사유재산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지적하며 이를 막을 수 있는 관련 법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 전했다. 또 물건처럼 동물을 쉽게 사고파는 문화는 유기동물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게 동물자유연대의 관점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동물을 가족처럼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 현상 이면에는 유기동물 증가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유기동물은 13만 마리를 넘었고, 해가 갈수록 그 수치가 늘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생명체는

그 고통을 

해소 받을 권리가 있다

동물보호법 적용, 반려동물 치중
2007년엔 농장동물 실태 조사와 공론화를 통해 우리가 먹는 동물들도 반려동물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동물들과 같은 동물로서 복지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언론에서도 농장동물을 주제로 다루는 등 사람들의 인식에 큰 변화가 찾아왔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대표적으로 동물보호법의 한계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반려동물에 치중돼 있어 농장동물이나 전시동물, 실험동물 등은 해당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장 팀장은 “반려동물 목줄을 짧게 하는 것도 학대라 볼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런 관점으로 보면 날개도 못 펴는 케이지(우리)에 닭을 가둬 놓는 것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

다른 법들과 충돌되지 않는 데 한해서 적용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그는 “동물보호법상 살아있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도축은 불법인데 다른 축산 관련 법에 따라 수출용으로는 괜찮다”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동물 관련 통합법을 만들거나 상위법인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눈에 띄는 활동은 사육 곰 구조 활동이다. 과거 성행했던 웅담 사업이 현재는 수요가 줄자 운영이 힘들어지면서 곰들의 사육환경도 덩달아 열악해졌고 동물자유연대는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장 팀장은 “지난해엔 사육 곰 22마리를 미국 생츄어리(보호소)로 보내려는 사업이 결실을 앞두고 있었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무기한 지연 사태를 맞았다”며 “사육 곰을 내줄 농가와 받을 생츄어리는 협의돼 있는 상황인데 미국 수입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사진제공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사진제공 동물자유연대

희노애락은 동물에게도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올 초 고양이를 학대한 것으로 추정되는 온라인 채팅방을 경찰에 고발했다. 일명 ‘동물판 n번방’으로 불리는 이들의 행위는 생명을 짓밟고 경시한다는 면에서 사회적 공분을 샀던 ‘n번방’ 사건과 유사했다. 송지성 위기동물대응팀 선임활동가는 “실제로 학대가 있었는지는 경찰이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설령 말뿐이었다고 해도 동물에 대한 혐오 인식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선은 영영 못 세울 수도 있지만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하는 모든 행위는 동물학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설령 인간의 이득을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용은 최소화해야 하며, 과정은 인도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는 존재로 존중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장 팀장은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자기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괴롭히고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은 우리의 인간다움을 파괴하며, 그것은 결국 인간공동체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은 역사를 통해 약자에 대한 보호와 연대 그리고 권리의 보장이 확장돼 왔다”면서 “기존에는 인간이란 테두리 안에서만 이 연대가 확장되었는데 이제는 인간의 테두리를 넘어설 때가 온 것이고 그게 동물이다”고 설명했다. 

동물이 살기 좋은 세상, 행복한 세상은 인간도 더 행복해질 세상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그는 또 “결코 동물에게 인간과 동등한 권리를 주자는 말은 아니다”며 “동물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는 부분은 명명백백 존재한다”고 일침했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느리더라도 시민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하는 동물자유연대. 과거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다가 현재는 반려동물로 부르는 것이 익숙해졌듯 우리 사회의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가족과 같이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개가 식용으로 쓰이기도 하는 등 동물에 대한 인식의 폭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차근차근 이 문제를 풀어갈 동물자유연대의 활동을 앞서 응원해 본다.

[2021년 4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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