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의 최전선에 있는 검찰의 본분을 의심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의 종교 차별 행위는 지난 달 26일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관련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발생했다. 검찰이 현안 위원 15명 중 1명에 대해 ‘이해 충돌’을 이유로 기피 신청해 결국 14명의 위원만 표결에 참여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검찰의 기피 신청 사유가 ‘종교’였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가족이 원불교와 관계가 깊다며 원불교 교도인 특정 위원을 배제한 것인데 위원회는 그러한 의심이 타당하다고 본 셈이다. 근거 없는 예단으로 법질서를 어지럽힌 검찰의 불법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검찰은 관련 사건의 전말을 명백히 공개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표명하기 바란다. 둘째, 검찰은 적법 절차를 훼손한 해당 수사심의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취소하고 부당한 이유로 배제된 위원을 참여시켜 재심의를 해야 한다. 셋째, 검찰은 관련자들의 법적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넷째, 검찰은 검찰에 의해 명예를 크게 훼손당한 해당 위원과 원불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의 종교 차별 행위는 헌법 정신에 반함은 물론 종교적 차별을 금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문제가 발생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 등의 입법취지에도 명백히 반한다. 신앙의 자유와 평등권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기초로서 어떤 이유로도 훼손될 수 없다. 국민은 자신의 존엄한 권리인 자유권와 평등권을 지켜달라고 검찰에게 법적 권한을 준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검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종교적 차별행위를 자행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검찰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의 종교적 편향성과 부실한 인권의식을 성찰하기 바란다. 교단은 5일 원불교중앙교의회장, 중앙봉공회장, 청운회장, 여성회장, 중앙청년회장 명의로 ‘검찰수사위원회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기피 신청의 부당성과 종교 차별성을 지적하고 검찰총장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 상응조치를 촉구했다. 검찰은 어떤 조직보다도 적법 절차의 엄격한 준수를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준사법 행정 조직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위배되고 국민의 법상식과도 충돌하는 중대한 사태임을 자각하고 신속하고 책임 있는 조치가 나오기를 바란다.

[2021년 4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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