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자
류현진 기자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1일 영산성지 대각터에는 천여래 만보살 회상을 염원하는 천여래등이 환히 불을 밝혔다. 대각의 달 4월을 맞아 교단 곳곳에서 법잔치·은혜잔치·놀이잔치 등 다양한 봉축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 앞에서는 은혜잔치의 일환으로 ‘생명나눔 은혜의 헌혈’ 행사가 진행됐다. 이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전국적 헌혈기피 현상으로 혈액수급이 어려운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의 요청으로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에서 주최한 것이다. 이날 총부 각 부서 및 인근 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교무와 교도 직원 65명이 생명나눔 행사에 참여해 문진을 받았고, 그중 40명이 기준을 통과해 헌혈에 동참했다. 이에 한 감상이 들었다.

헌혈 전 헤모글로빈 수치 및 혈압, 체온, 맥박, 몸무게 등을 측정해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헌혈에 참여할 수가 없다. 몸에서 갑자기 혈액을 빼내기 때문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가 헌혈을 하면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수혈을 받는 사람에게 깨끗한 피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눔을 실천하고 싶지만, 먼저 자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만일 뿐, 실제로 나눔에 동참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단 헌혈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먼저 건강하고, 자력이 있어야 뭐든 나눌 수가 있다.

법잔치도 마찬가지다. 각자에게 제대로 된 법이 서 있지 않다면 그 법을 나눌 힘이 없을 것이며, 또 그 법이 건강한 법이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이 오히려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법의 근원을 밝히는 성리법회가 매년 대각개교절 즈음에 열렸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개최되지 않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건강하지 않은 피를 받으려는 사람이 없듯, 건강하지 않은 법을 받고자 하는 이들도 많지 않을 것이다. 교화가 계속 위축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대종사의 깨달음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못한 채 왜곡된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봐야 할 것이다.

놀이잔치는 소태산 대종사가 큰 깨달음을 얻은 날을 우리 모두의 공동생일로 하고, 이날의 기쁨을 이웃과 함께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묻고 싶다. 진정으로 기쁨이 샘솟는가? 행여나 매년 4월이 되면 관례처럼 행사를 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마음가짐을 다시 점검해보자. 정말로 내가 이 법을 만나 마음에서 법열이 솟아나는지, 그렇기에 이 법을 전해준 대종사의 대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진정으로 샘솟는 기쁨을 이웃과 함께하고 싶은 것인지…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기쁨이 샘솟아 스스로가 먼저 즐겁고 행복한 법잔치·은혜잔치·놀이잔치가 될 수 있도록, 각자가 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하는 4월이 되면 좋겠다.

[2021년 4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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