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은 교도
이해은 교도

[원불교신문=이해은 교도] 며칠 전 부산의 신라대학교를 다녀왔다. 학교 안팎을 청소하던 수십 명의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돼 그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고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농성을 하고 있었다. 벚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아름다운 교정에서 사람들이 페트병을 두들기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절규하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슬픈 장면이었다.

출산율이 떨어져 학생 수가 줄고 있으니 청소노동자들을 없애고 그 경비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를 해고한 즈음에 이사들과 관리직들은 급여를 더 올렸다. 힘없는 청소노동자들은 밥줄이 끊겨 죽든 살든 자신들의 주머니만 더 채우겠다는 어이없는 행태를 다른 곳도 아닌 학교재단이 벌이고 있다.

젊은 시절 나의 첫 직장이었던 엘지 본사 건물 앞에 텐트가 쳐져 있다. 이곳 역시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로 하루아침에 해고의 벼랑으로 내몰린 ‘엘지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100일이 넘도록 청소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으로 모여서 농성을 하고 있다. 엘지상사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저로서는 특히나 마음이 아픈 현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수화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하는 아시아나케이오라는 하청회사가 있다. 코로나로 여행객이 줄자 5월 11일, 제일 먼저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나 벌써 300일을 훌쩍 넘겨, 만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회사도, 정부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절규를 못 본 척, 못 들은 척한다.

“지난 봄 해고가 됐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회사는 열심히 성실하게 일해 온 우리를 코로나19를 핑계로 해고를 시켜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를 우리가 만든 것도 아닌데 저희를 부당해고하고 길거리로 내 몰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답답하고 저절로 분노가 생긴다. 노동자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겼다.” 짧게 2개월, 길게는 1년 가까운 시간을 눈과 비바람, 추위와 더위를 온몸으로 받으며 길거리에서 해고의 부당함을 외치는 노동자들의 절절한 바람은 그저 청소하는 노동자로 살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청소노동자 보며 동포은 생각
우리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험한 일을 하시는 청소노동자들, 하청노동자들.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우리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가족이다. 거창하게 인권을 이야기하기 전에 대종사의 가르침을 생각해본다. 좁게는 같은 사람들로부터 넓게는 자연의 일체 생령이 모두 유기적 관계 속에서 서로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를 끼친다고 하여 ‘동포은’이라 했다.

정작 우리는 동포은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는지 고민이 된다. 일체 생령의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인간사회에서의 지위와 재산, 직업 등 그 사람이 처한 환경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미리 벽을 쌓는 것은 아닌가 심고를 올릴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불편해진다. 대종사의 가르침은 잊고 껍데기만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실로 내가 대하는 모든 이를 부처님 모시듯 공경하고 받들 때, 세상을 구원하고 인류사회를 발전시켜 이상적인 평등세계를 만들자고 하신 대종사의 가르침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반성한다.

/원불교인권위원회 운영위원

[2021년 4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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