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연 교도
고서연 교도

[원불교신문=고서연 교도] “너는 교당이 집보다 좋지?” 엄마가 내게 자주 하던 말이다. 내가 교당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이 질문을 통해 알 수 있다. 엄마가 서운해할 정도로 나는 교당에 열심히 다닌다. 중학교 2학년 때 원불교와 처음으로 인연이 닿았던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아서 다녔던 교당에서 신심이 나고 마음을 사용하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상시응용주의사항을 공부하며 매 순간순간 마음 챙기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수많은 경계가 찾아온다. 나도 내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관계에서 많은 경계가 찾아왔다. 그럴 때면 온전, 생각, 취사를 떠올린다. 경계를 단순히 경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진리의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취사를 한다.

그런데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경계는 엄마와의 관계였다. 내 사춘기의 불똥은 엄마에게 튀었다. 그 시기에는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말도 정말 많이 했고, 서로가 서로에게 원망심이 쌓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마와의 사이가 정말 멀어져 버렸다. 교당에서 항상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는 일상수행의 요법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면서도 정작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엄마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그걸 깨닫고 나서부터는 내가 겉으로만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태라면 나는 큰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에 엄마와의 관계가 호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하고, 먼저 엄마에게 다가갔다. 그때 처음으로 정말 진심 어린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해 본 것 같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난 지금은 엄마와 정말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이 또한 사은님께 정말 감사하다.

교당을 다니면서 그동안 ‘내가 정말 욕심이 많았구나,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살아왔구나, 감사할 줄 몰랐구나, 내가 받은 은혜를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마음공부를 하며 점점 내 본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는 많이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매일매일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있기도 하고 앞으로가 기대된다.

스무 살 성인이 되기 전 내가 지나왔던 길들을 되돌아보니 내 주변에는 나를 도와주는 인연도, 감사한 인연도 정말 많았다. 그저 운이 좋아서 일어났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은 많은 분의 은혜에 의한 것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요즘은 정말 세상에 은혜가 아닌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고 있다. 물론 가끔씩 찾아오는 경계가 나를 흔들지만 나는 잠깐 흔들릴 뿐, 다시 원래의 고요한 상태로 되돌아간다. 원리는 정말 간단하지만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마음공부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지난날의 경험을 비춰보았을 때 청소년 교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시기! 그 시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마음공부의 힘이 컸다. “사람의 뿌리는 마음이라 무엇보다 먼저 마음공부에 힘써야 훌륭한 인격을 이룰 수 있다”는 법문이 생각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내가 하는 일이 복 짓는 일이 될 수도, 죄업을 짓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이치를 알고 있는 나는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알게 되어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큰 그릇은 굽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뿌리가 되는 마음에 공을 들이며 변치않는 정진심으로 진급하는 공부인이 되자.

/모현교당

[2021년 4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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