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신문=원익선 교무] 생로병사의 문제를 종교학에서는 ‘한계상황’이라고 한다. 석존은 이 의문을 정면으로 돌파하고자 ‘황금 수저’의 지위를 놓고 황야로 돌진했다. 어쩌면 최초로 평범한 사실에 비범하게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 또한 ‘하늘은 왜 파란가, 구름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흘러가는가’라는 평범한 자연현상에 비범한 의문을 던졌다. 깨달음은 이처럼 주체적 인간의 주체적 도전에 의해 이뤄진다.

소태산 대종사는 무엇보다도 석존이 깨달은 연기(緣起)의 법칙을 계승했다. 무명(無明)으로부터 시작돼 노사(老死)에 이르는 12연기야말로 석존이 인간 존재의 변천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색한 결과다. 여기에서 윤회와 업과 인과가 발생한다. ‘인과보응의 신앙문’은 이를 한 축으로 삼은 것이다. 번뇌로부터 벗어나 열반과 해탈을 얻어 육도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 무엇보다도 급선무다. 불법은 천하의 큰 도라고 본 것의 근본이 여기에 있다. 또한 어떤 형이상학보다도 인간 자신의 경험을 중시한 석존처럼 소태산 대종사도 불법의 수행은 인간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소태산 대종사는 절대은(絶對恩)의 사상을 확립했다.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의 사사무애법계의 대승 화엄철학, 모든 존재를 절대적 가치로 보는 선사상의 묘유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처처불상론을 확립했다. 찰나생 찰나멸 하는 존재는 우주의 전 존재가 연기(緣起)적으로 감싸고 있다. 다른 존재 또한 나머지 존재가 연기적으로 그를 둘러싸고 있다. 이 둘러쌈이 연기이자 은(恩)인 것이다. 그리고 묘유의 세계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인식처럼 모든 존재는 가장 아름답고,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발산하고 있다.

이처럼 존재의 절대성을 기반으로 무한 긍정의 철학을 완성한 것이다. 『맛지마 니까야(중아함경)』에서 ‘연기를 보는 자는 법을 보고, 법을 보는 자는 연기를 본다’라고 할 정도로 석존의 가장 높은 가르침이 소태산 대종사에 이르러 인간의 모든 가치가 완전히 구현된 불토낙원을 향한 가장 핵심적 교의의 기반이 됐다.

덧붙여 무아론과 윤회의 관계는 원불교 교의 중 영혼문제와 관계가 깊다. ‘아(我)’의 상주론과 단멸론의 양 극단을 끊기 위해 설정된 것이 무아이다. 윤회는 색수상행식의 오온을 내것으로 착각함으로써 혹업고(惑業苦, 미혹과 업과 고통)가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석존은 오온을 짊어지는 뿌드갈라, 사후 신식의 존재, 우유에서 제호(요구르트) 변화의 비유로 윤회의 주체를 설한다. 이러한 ‘경험하는 주체’는 후대에 본체론적 영혼 개념으로 발전한다. 대승 및 현대불교로 변화되면서 무아는 진아(眞我), 대아(大我)로 나아간다. 원불교 또한 이처럼 불교발전의 역사에서 형성된 사상들을 계승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2021년 4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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