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일연 교도
채일연 교도

[원불교신문=채일연 교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마린파크에는 ‘낙원’이라는 큰돌고래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살고 있었다. 2015년 7월 일본으로부터 한국으로 수입된 낙원이는 6년 여를 수족관에서 살다 2021년 3월 12일 농양과 폐렴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해당 시설에서는 2009년 이래 8마리의 돌고래를 수입했으며 현재까지 그중 7마리가 폐사했다. 그중에는 반입된지 1년 여만에 폐사한 개체들도 있었다. 여기 뿐이랴. 2017년 11월 국내 전시중인 고래류는 38마리였지만 불과 4년도 되지 않아 1/3에 가까운 12마리가 죽어 26마리만 남아있다. 이번 글에서는 평생을 좁은 수족관에서 살다 죽음을 맞이한 낙원이의 삶을 통해 동물전시의 타당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낙원이의 고향은 본래 일본 와카야마현의 다이지(Taiji)라는 곳이다. 다이지에서는 매년 돌고래 몰이 사냥을 하는데 배들이 바다에 나가 쇠막대기를 두드리면 청각이 예민한 돌고래들은 작은 만으로 몰리게 된다. 돌고래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어부들은 작살로 숨구멍 아래에 급소를 찔러 넣어 잡는다. 사냥을 할 때면 인근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고 돌고래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서서히 죽어간다. 

잔혹한 포경 방식으로 국제적 비난 여론이 일자 최근에는 피가 바다로 흐르지 않도록 작살을 찔러 넣은 자리에 코르크 마개를 끼워 넣는다. 코르크 마개로 막는다 한들 그 고통이 줄어들리 만무하다.

2019년 돌고래 보호단체인 ‘돌핀 프로젝트’가 공개한 영상에는 사냥이 시작되자 어미들은 두려운 듯 이리저리 빠져나가려고 움직이면서도 도망가지 않고 새끼들 주위를 맴돌며 둘러싸고 보호하려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어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체는 죽임을 당해 고기로 유통되고, 새끼들은 수족관에 팔 목적으로 생포 된다.

생포된 새끼 돌고래들은 충분한 슬픔을 느끼기도 전에 새로운 시련에 부딪힌다. 야생의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사육할 수 있도록 순치시키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돌고래들에게 어떠한 먹이도 제공되지 않는다. 자연에서 어류는 물론, 갑각류와 두족류 등 다양하고 싱싱한 먹잇감을 먹던 돌고래들이 수족관에서 던져주는 죽은 생선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며칠을 굶다 보면 죽은 생선이라 할지라도 받아 먹을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개체는 순치장을 탈출하려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실제 2009년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수입하려던 돌고래 중 한 마리가 순치장 안의 그물에 입이 걸려 익사했다. 당시 수출업체인 ‘다이지 고래박물관’ 하야시 가츠키 관장은 “순치 과정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로 성질 급한 돌고래가 가두리를 벗어나려다 이런 변을 당하고는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수족관 등에서 보았던 점프를 해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사육사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던 돌고래쇼의 장면들은 이 순치과정을 밟은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매개로 수없이 반복 훈련을 시킨 결과물이다.

낙원이도 인간들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어미를 잃었을 것이고, 또 홀로 낯선 수족관에 가둬지고 다시 머나먼 이국 땅으로 팔려왔을 것이다. 낯선 한국의 수족관이지만 ‘낙원’이의 삶은 좀 더 낙원에 가까워졌을까? 다음 편에서는 낙원이의 수족관에서의 삶과 이러한 비극의 반복을 막기 위한 노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불광교당

[2021년 4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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