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편집국장
윤관명 편집국장

얼마 전 원기60년 출가자 일동으로 의견제안이 올라왔다. ‘향적당 운영에 대하여’라는 제목이다. 향적당은 원기93년 10월에 구 서원관 식당을 리모델링해 중앙총부 호상소로 사용하는 곳이다. 향적당(香積堂)은 ‘향기를 쌓는 집’이라는 표현 그대로 원불교의 상장(喪葬)의식이 이뤄지는 곳이다. 『예전』에는 “초종(初終) 장례에 상장(喪葬)을 보호하며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호상소(護喪所)를 두되, 친척 친우 중에 경험 있는 이로 호상과 위원을 정하고, 일체 상장에 관한 모든 일을 분담하며”라고 해 원불교 상례(喪禮)에 따라 문상객을 맞이하고 열반의식이 진행된다. 이 같은 의식진행은 교정원의 출가교역자들이 순번을 정해 역할을 맡고 있다. 

의견제안은 구체적인 사안 네 가지를 담고 있었다. 첫째는 의식에 사용되는 향초가 실내공기를 오염시키니 LED초를 사용하자는 것, 둘째는 조문객이 영전에 올리는 향을 오래동안 맡으면 호흡기를 손상할 수 있으니 꽃(조화)으로 대체해 헌화하는 방식으로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 셋째는 서양의 장례의식과 같이 의식(독경) 전후로 2시간씩 문상시간을 공지해 빈소를 지키는 상주들이 쉴 시간을 갖고 교정원에 근무하는 교무들의 부담이 덜게 하자는 것, 넷째는 교역자 간에 부의금을 주고 받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제안자의 뜻은 실용적인 원불교 장례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으로 이미 40명 가까운 동의가 이뤄졌다. 여기에는 반대의 의견도 있다. 전통적인 상장의식에 사용되는 도구를 바꾸는 것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과 부의금을 주고받는 형식 더불어 그 의미도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초와 향의 사용은 건강을 해친 사례들을 예를 들어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었다. 

이 같은 의견제안과 논의가 참 반갑다. 교단의 의식과 행사를 진행하면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들이 많지만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치기 쉽다. 왜나면 사소한 것이기에 앞에 나서서 제안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애써 바꾸기보다 그냥 하던 대로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작은 일이지만 수천 명의 출가자와 수만의 재가들이 함께하는 공사(公事)이기에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오래된 전통을 문화로 이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소태산 대종사의 교법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늘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이끄는 실용적이며 실천적인 가르침임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원로 교무들이 함께 뜻을 모아준 의견제안이 감사하고 한편 부끄럽다. 퇴임하신 원로스승님의 후진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감사하고, 일상이라 무심하게 지나치고 알면서도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반성한다. 

[2021년 4월 30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