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은 본래 1923년 소파 방정환을 비롯한 일본 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어린이의 민족정신 고취와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정한 날이다. 날짜는 그 전 해에 천도교소년회가 ‘어린이의 날’ 행사를 열었던 5월 1일로 정했다가 광복 후 5월 5일로 바뀌었다. 지금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어린이’라는 말도 이때 비롯된 것이니 남보다 앞장서 소년운동에 헌신한 천도교 청년운동가들의 노력이 가상하다. 동학의 인내천 사상은 그동안 ‘덜 자란 사람’ 취급을 받던 아이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고자 ‘어린이’라는 말을 재탄생시켰으니 이 날의 뜻을 되새겨 보면 원불교 어른들의 책임이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세상은 이미 고령화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었고 교단의 어린이교화 역시 과거만큼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만을 탓하기보다는 미래의 주인인 어린이 불공에 교단적 차원의 정성을 모아야 한다.

첫째, 어린이용 전문 콘텐츠를 개발 보급해야 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부모들의 요구까지 면밀히 읽어내야 한다. 거대 상업자본이 쏟아내는 엄청난 콘텐츠에 휩쓸려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더뎌도 새로운 세대를 위한 교화 콘텐츠 및 프로그램 개발 보급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전문가 집단을 조직하고 양성해야 한다. 어린이교화 전문가들이 없는 게 아니다. 재가출가 전문가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 문제다. 이들을 어린이교화라는 공통된 목적 아래 조직화 하자. 교정원의 한정된 인력에만 기대지 말고 과감한 지원으로 교당 교무와 재가 교도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셋째, 행정 조직을 정비하자. 현재 교정원 조직상 어린이교화를 담당하는 인력은 청소년국 1인에 불과하고 국내 어린이집 100개소와 유치원11개소를 지원하는 인력은 임의 단체인 천심회 교무 1인이 맡고 있다. 각 교구에서도 어린이교화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특히 보육환경과 유아교육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교단 정책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시급하다. 새로운 정책 수립이 가능하도록 행정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비로소 현장의 어린이교화를 지원할 수 있다.

다행히 현 교정원은 청소년교화를 우선순위에 놓고 예전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 코로나19 사태에도 교단 곳곳에서 참신하고 의미 있는 교화 활동이 전개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어린이교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해서 교단 역량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위해 우리 교단이 불공에 나서야 할 때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어린이교화에 우리 교단의 미래가 달렸다는 사실이다.

[2021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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