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함(吶喊). 철학자인 도올 김용옥 선생은 글을 통해 ‘신음하듯 고통스럽게 외친다’는 의미로 도올 눌함을 전하곤 했다. 도올 선생의 특별기고 ‘대각개교절 눌함’이 <원불교신문>(본지 2024호)에 게재됐다. ‘원불교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도올의 대각개교절 눌함은 반향이 적지 않았다. 아니 적어도 내가 느끼는 반향은 컸다.

‘원불교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 미래방향을 예견할 수 있겠소?’ 도올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외침에 부응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따져보는 것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따져보려면 소태산의 깨달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짚었다. 홀로 깨달은 소태산 대종사의 각(覺)이 도달한 곳은 주변 마을사람들의 삶의 개선이었다고 도올은 말한다. 대종사는 말로써가 아니라 행동으로써 그의 각을 보여주었음을, 바다를 막아 3만여 평의 농토를 만드는 방언 개척공사, 그 정신적 기초가 바로 대종사의 깨달음임을 도올은 주목했다. 

원불교의 핵은 바로 『정전』에 다 들어있다는 도올의 소신도 가슴에 박힌다. 도올의 표현대로라면 ‘박중빈의 언어의 핵심은 그가 인간을 바라보는 눈’에 있음을, 그 시각이 바로 사은임을 알게 한다. 처음에는 쉽게 이해되는 듯하면서 매우 촌스러운 언어라고 사은을 생각했다는 도올은 ‘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관계 속에서 은혜를 입었다’고 주저 없이 고백한다. 

다른 이야기다. 제246회 임시수위단회. 지난달 13일 비대면 화상회의로 진행된 수위단회에 상정된 안건은 두 건. 목우십도송 그림과 수심결 한자 수정 추인 2건이 심의 통과됐다. 결의에 앞서 원불교전서 증보판 출판에 대한 담당부서 부장의 보고가 있었다. 기존 전서와의 병용 여부, 처리방안, 의식기준 등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수위단원의 질의가 없다. 2021년 원광대학교 신입생 미달 상황에 대한 원광대 총장의 보고도 있었다.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학교 법인 이사회, 교정원과의 민첩한 연대와 해결 방안이 빠졌다. 

대각개교의 달에 교단에도 많은 일이 있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원불교 교도라는 이유로 심의위원이 표결과정에서 배제됐다. 공동생일날에는 성주성지에 경찰병력 강제 진압에 의한 사드 성능 개량 장비가 진입했다.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고 외면하지 못할 삶의 현장이다. 스스로 따져본다. 나는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 외침에 부응되는 삶을 살고 있는가. 

처음으로 돌아간다. 눌함. 신음하듯 고통스럽게 외치는 도올의 눌함은 ‘원불교 잘 가고 있소’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 아닐까. “리더십이 너무 빈곤하고 나른하오.”

[2021년 5월 7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