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원로교무
김종천 원로교무

[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얼굴은 우리 감정의 모니터다. 진화 도중 안면근육이 발달하면서 감정을 얼굴에 나타낼 수 있게 됐다.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링컨의 말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얼굴은 그 살아온 역정과 마음 수양의 결정판이다. 사람마다 다른 자기만의 코드가 있다.

“얼굴 표정은 세계 공통어다.” 심리학자 폴 에크먼의 말이다. 사람의 얼굴 근육은 1만여 개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얼굴에는 40여 개의 근육이 분포돼 있어 미묘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얼굴은 이처럼 중요한 신체 부위 가운데 하나다. 호흡과 음식물 섭취를 하는 통로가 있고 시각·청각·후각·미각을 관장하는 기관들이 포진되어 있다.

얼굴은 생리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얼굴이 대인관계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입과 귀로 말을 주고받고 눈으로 메시지를 보내며 끄덕이거나 가로 젓는 시늉을 하며 의사를 전달한다. 행동과 표정이 말보다 더 많은 ‘말’을 한다.

얼굴의 철학을 연구한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얼굴들은 서로가 다른 이들로 향한다. … 그것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존재하는 인간들의 실재적인 현존과 이러한 상호적인 관계들에 있는 작은 사회다”라고 말했다. 얼굴들이 서로 인격적으로 마주 보는 사회가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며 유토피아라는 것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은 1980년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박두만 형사(송강호 분)가 용의자를 조사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해봐.” 보통 사람들은 진실을 말할 때는 눈을 맞추고 거짓말을 할 때는 심문하는 형사를 보지 않고 일부러 눈을 비비거나 눈꺼풀을 긁는다. 그 형사는 수사 심리학과는 담을 쌓은 주먹과 직관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막무가내 형이지만, 이런 방법만은 수사 심리학의 기본인 줄 안다.

한 연구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은 말하는 사람의 혈압을 높이고, 코의 조직을 이완시켜 히스타민을 방출시킨다고 한다. 히스타민이 가려움증을 유발해 손으로 코를 긁게 만드는데, 대화 중에 상대가 콧등을 만지면서 긁는 행동을 보일 때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일단 의심해 볼 만하다는 뜻이다. 코는 눈·코·입 중에서 그 사람의 인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위다. 얼굴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을뿐더러 얼굴 전체의 균형을 코가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관상학에서는 얼굴의 기본으로 모든 행운과 액운은 코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기도 한다. 

얼굴은 선천적인 이목구비의 배치도 중요하지만 피부와 얼굴빛이 그 이목구비를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피곤으로 피폐해진 피부 위의 이목구비란 구겨진 도화지 위에 그린 그림과도 같다. 물론 영양 상태가 좋아 뽀송뽀송한 피부를 유지한다고 얼굴이 수려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떤 빛이 깃들어 있고, 그 빛(aura)이야말로 그 사람의 ‘아비투스’로 후천적인 얼굴인 인품을 완성한다. 

영적으로 어느 단계에 도달한 사람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불상에서 얼굴 뒤로 빛이 퍼지는 모양이나 불꽃 모양을 만든 것이나, 예수의 머리 둘레로 후광(halo)을 나타낸 것도 다 그런 것들이다. 힌두교에서는 7개의 ‘에너지 센터’(차크라) 중 미간에 있는 6번째 차크라가 열리면 빛이 난다고 한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1년 5월 14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