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인 대신교당 교도.
성현인 대신교당 교도.

철부지 초등학생 때 대신교당과 인연이 닿아 법당에서 뛰놀며 학창시절을 보내고 어느덧 어른이 되고 결혼까지 한 제가 어버이날을 맞아 청년 교도들을 대표해서, 교당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께 편지를 올립니다.

제가 결혼을 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결혼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하자 부모님이 또 생기게 되었는데 그 시부모님을 통해 비로소 나를 낳아 주신 부모님의 입장과 모든 부모님의 존재가 확연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다 여겨도 되는 것들이 아니고 제가 가볍게 했던 말이 부모님 가슴에 담길 땐 절대 가볍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제 배우자를 낳아 주신 어머님 아버님을 제가 대우해 드리듯 저를 낳아 주신 어머님 아버님의 마음도 살펴 드려야 하며, 반대로 저를 낳아 주신 부모님이 소중하듯이 제 배우자를 낳아 주신 부모님도 소중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결혼을 해야 비로소 철이 든다고들 하나 봅니다.

이렇게 성인이 된 저희는 어느새 부모님들께서 저희를 낳으셨던 나이를 훌쩍 넘겼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아직도 너무나 미숙하고 어리석기만 합니다.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그때 그렇게 하실 수 있으셨을까요? 저희가 아플 때, 다쳤을 때, 학교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받아 왔을 때, 군입대를 할 때, 부모님께서 바라시던 길을 순순히 따르지 않을 때, 영 결혼 생각이 없어 보일 때, 또 그러다가는 어느 날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며 데려왔는데 부모님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결혼하고 잘 사는 중에도 어쩔 수 없는 힘든 상황들을 만나게 되는 것을 지켜보셔야 할 때. 자식들의 모든 그때그때 부모님께서는 어떻게 그렇게 인내하고 저희를 믿고 기다려 주실 수 있으셨을까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서도 부모님이 참 많이 보고 싶으셨겠지요? 그 시절 젊은 부모님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의 저희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 감을 실감하며 부모님의 생각을 많이 합니다.

유치원생 딸을 두고 있는 친구가 한번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딸이 조금 컸다고 이제는 욕실에서 혼자 목욕을 하는데 시끄럽게 노래 부르며 노는 소리가 들리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면 욕실 안에서 무슨 일 생긴 게 아닌가 하고 덜컥 겁이 난다고요.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서는 얼마나 무수히 많은 순간순간들에 맘을 졸이며 자녀들을 키우셨을까요? 또 첫째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둘째를 낳아 직장 생활을 몇 년째 못 하던 다른 친구가 이야기했습니다. 남편 혼자 외벌이를 하니 아이들에게 더 풍족한 것을 누릴 수 있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요. 그러던 그 친구가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만큼 키우고 직장으로 복귀하더니 이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데 엄마가 더 오랜 시간을 함께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요. 이렇게 부모님들께서는 이럴 땐 이렇고, 저럴 땐 저래서 자녀에게 늘 미안하기만 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부모님들께 이제는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대신교당의 어머니 아버지들께서는 부모와 자녀 간의 인연은 인과에 따라, 또 부모님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자녀의 선택으로 인해 맺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아시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미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학교, 일터, 가정에서 힘든 경우를 당해도 너무 맘 졸이며 안타까워하지 마시고 “저 지은 대로 받는 거고 지은 만큼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좋은 것, 새것을 자꾸 자식에게 주려 하지 마시고 부모님께서 먼저 드시고 입으시고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자식 걱정이 아니라 부모님의 행복에만 전념하시면 좋겠습니다. 부모님께서 행복하셔야 자식 된 저희도 행복합니다.

모든 아버지, 무너지지 않는 기둥과 지붕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어머니, 한겨울에도 결코 꺼질 줄 모르는 따뜻한 온돌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번듯하게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께서 저희의 부모님이셔서 이번 생에 저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건강하세요, 영생 동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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