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원불교전서』가 출간됐다. 원기62년(1977년)에 초판 인쇄된 『원불교전서』를 사용해오던 교단은 이제 반세기만에 새롭게 개정 증보된 전서를 공식 경전으로 받들게 됐다. 그동안 교단적으로 교전과 관련된 다양한 요구가 있었다. 세대 변화에 발맞춘 읽기 쉬운 교전에 대한 필요와 오탈자 교정, 개교반백년에 멈춰진 교사 보완과 교헌의 합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임 경산종법사가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의 주요 사업으로 제기한 교전의 오탈자 수정 사업은 본격적인 개정 작업의 계기가 됐다. 

이번에 개정 증보된 『원불교전서』의 가장 큰 변화는 제45회 임시수위단회에서 결의한  편제 조정이다. 『정전』, 『대종경』,『불조요경』, 『정산종사법어』, 『세전』, 『예전』, 『성가』, 『원불교교사』, 『교헌』으로 편제된 전서에 『대산종사법어』를 더하고 개정 시 즉각적 수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됐던 『교헌』을 새롭게 합본한 것이다. 

『대산종사법어』를 전서에 합본한 목적은 초기 교단 100년을 기해 원불교 기본 경전 결집을 완성하려는 데 있다. 또한 『교헌』 합본은 대중들이 좀 더 쉽게 경전·법규연습을 해 법률보은을 생활화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밖에도 오탈자 수정, ‘목우십도송’ 그림 추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 등 여러 면에 공을 들여 참신한 결과를 내었다. 그간 특별한 정성으로 나름의 성과를 거둔 관련자들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이번 새 전서 발간사업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대중과 소통이 부족했다. 교서 편정과 감수의 권한이 최고 결의기관인 수위단회에 있더라도 추진 과정에 모든 재가출가 대중들이 동참하도록 했어야 한다. 다양한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수는 없어도 충분히 경청하고 수렴하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둘째, 일명 ‘개정 증보 색인 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 어떤 문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색인화해서 그 내용을 중심으로 교단적 논의가 진행됐어야 한다. 

셋째, 실무적 차원의 아쉬운 점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성가 누락, 종이 재질, 개정 증보의 취지와 추진 주체 및 과정을 담은 간행사의 부재, 아직도 덜 걸러진 오탈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컨대 경전 결집에 가까운 교단의 중대사가 너무 서둘러 마감된 느낌이다. 교단적 합의와 공감의 시간이 부족했다. 이제라도 교단 지도부는 전서 보급을 잠시 멈추고 교단적 지혜를 모아 문제점 보완에 나서주기 바란다. 

기왕에 나온 새 전서를 ‘자문판’으로 삼아 1년 정도 정성을 더 들인다면 우리가 원했던 새 전서를 기쁘게 받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원불교전서의 무게에 걸맞은 교단의 취사를 기대한다.

[2021년 5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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