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님. 어렵게 특별한 신심을 낸 특신급 수계자가 한때의 유혹, 자만심, 인연에 끌려 그르치지 않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귀한 서원의 싹을 법연 속에서 잘 가꾸어 여래까지 이루어 갈 수 있도록 크신 위력으로 호렴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정당하지 못한 벗을 좇아 놀게 되는 까닭 
각산 신도형 종사님은 이 계문의 대요를 “정신의 자주력이 약하고 제도 능력도 없으면서, 뜻이 삿되고 저속하거나 공부심·신심이 없거나 악습이 많은 벗을 함부로 사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은 벗을 가까이 하여 닮아가라는 것이요, 나보다 못한 벗을 업신여기거나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정당하지 못한 벗과는 놀라고 시켜도, 놀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세속적인 사람, 성질이 거칠고 거짓되고 허황된 사람은 만나면 피곤하고 괴롭습니다. 기운이 맑고 지혜롭고 따뜻한 사람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아마 정법을 알아보고 특별한 신심을 낸 특신급이라면, 대개 저와 비슷한 마음일 것입니다. 그런데 왜 대종사님께서는 이 계문을 특신급에게 주셨을까요? 마음 깊이 헤아려 봅니다. 

첫째, 특신급의 두 얼굴이 있을 것 같습니다. 특별한 신심은 발했지만 아직 악습이 끊어지지 않아, 부정당한 것과 그 벗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겠죠. 요즘은 겉으로 교양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익명으로 숨겨진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유혹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동네 깡패 정도만 피하면 됐지만, 현대에는 n번방 사건처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도박, 투기, 음란물을 같이 하자며 정당하지 못한 벗들이 곳곳에서 유혹합니다. 특신급은 아직 항마를 못 마쳤기에 이런 유혹에 넘어지기 쉬움을 알고, 늘 엷은 얼음 밟듯이 조심하며 성불의 싹을 키워가야겠습니다. 

둘째, 능력도 안 되면서 정당하지 못한 벗을 제도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도 여래와 같이 천만방편으로 수기응변해 눈높이 교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영도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 구하러 뛰어드는 꼴이 됩니다. 정 제도하고 싶다면 다른 선근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전생 인연이나 인정에 얽힌 경우입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끌려가서 얽히게 되는 것은, 공부의 힘이 약한 탓입니다. 겨우 정법을 만나 귀한 신심을 발했는데 업연에 끌려 그르치게 된다면 얼마나 아까울까요. 그런 경우가 꽤 있기에 특히 주의를 주신 것 같습니다.

‘좇아’ 노는 것과 ‘공부심으로’ 노는 것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정당하지 못한 벗과도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영업상 접대나 업무 협의를 할 때, 또는 그런 분이 상사나 동료로 와서 등등. 제게도 가끔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업무관계에 있는 사람의 기운이 왠지 음흉하게 느껴지는데 그가 나의 갑인 경우, 그래서 그분의 마음을 움직여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경우를 당하면 괴롭지요.

그럴 때 정당하지 못한 벗과는 놀지 않겠다며, 잣대로 재고 반항하는 것이 옳을까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직장인으로서 중도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정당하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가 권력자이든 거지이든 현재 시점에서 주어진 나름의 권위와 권능이 있기에 그를 부처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를 부처님으로 정당하게 모시면 됩니다.

부정당한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것이 아니라(욕심으로 좇아 놀지는 말자), 상황에 따라 경외심을 갖고 대하며 됩니다(공부심으로 중도에 맞게 놀자). 우리 원불교에는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대종사님은 일제 경찰에게 심문을 받으실 때 아부하지도 않고, 반대로 그들에게 모욕을 주지도 않고, 그들이 원하는 순서대로 흔연히 응하셨습니다. 

나에게는 어떤 벗이 있는가 
워킹맘인 저는 친구를 만나서 놀 시간이 없습니다. 재미로 만나는 친구보다 꼭 필요한 인연 위주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습니다. 

그중 내 속을 다 보여주고 만나는 인연은 원불교 인연들이 많습니다. 참 신기해요. 사회에서는 나와 상대의 깊이까지 밖에 교류가 안 되지만, 법연으로 만나면 진리의 호렴속에 만나서 그런지 더 큰 공명이 되는 것 같아요. 법으로 만나면 우리 수준 이상의 큰 감동이 있습니다. 

저는 대학교 원불교 동아리에서 만난 한 언니가 있습니다. 제가 한참 힘들고 흔들릴 때 옆에 있어 준 고맙고 신기한 인연입니다. 졸업 후 한참 만에 다시 만났지만 여전히 저를 걱정해주고 도움을 줍니다. 아마 다음 생에도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왠지 지은 업이 많아 다음 생이 걱정되는데요. 철들기 전에 또 어디서 나타난 인연으로 헤매거나 죄를 지을까 걱정됩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나를 다시 이끌어줄 선근자 인연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재테크가 아니라 인연테크, 인연보험이랄까요. 앞으로 좋은 인연들과 가까이하며 기운 받아서 인생 업그레이드하고 싶습니다. 성불제중도 거기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정당하지 못한 벗을 좇아 놀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지금 정당하지 못한 벗과 좇아 놀고 있습니까? 
3.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55 
좋은 인연은 나의 전로를 열어 주고 향상심과 각성을 주는 인연이요, 낮은 인연은 나의 전로를 막고 나태심과 타락심을 조장하며 선연을 이간하는 인연이니라.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56
복 중에는 인연 복이 제일이요 인연 중에는 불연(佛緣)이 제일이니라. 오복의 뿌리는 인연 복이니 부지런히 선근자와 친근하라. 

『정산종사법어』 원리편 58
영생을 놓고 볼 때는 혈연보다 법연이 더 소중하며, 공부하는 동지라야 영겁의 동지가 된다고 하셨습니다.

 

[2021. 5. 28. 마음공부2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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