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스스로 이겨내게 해주는 한의학적 생활건강법

김종진(종열) 교무 / 한국 한의학 연구원장
김종진(종열) 교무 / 한국 한의학 연구원장

 

잘 먹지 않아 걱정인 아이들이 있다. 입이 짧아 음식을 많이 가리기 때문에 밥해주기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게다가 좀 많이 먹은 날은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한다. 소화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러니 자연히 몸이 삐삐 마를 수밖에 없다. 이런 아이들은 자라는 과정에 이런저런 잔병치레가 많아 병원 신세를 종종 진다. 위장의 소화기능이 약한 체질, 소음인일 가능성이 크다.

인류 역사 초기엔 먹을 것을 규칙적으로 얻기가 어려웠다. 한 번에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만 골라 먹을 여유도 없었던 그 시대에 소음인이 살아남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내장의 운동이 느리고 혈액순환도 느린 편인 소음인은 몸이 차갑다. 옛날엔 옷도 넉넉지 않고 집도 좋지 않았으니 그것도 소음인에게 가장 악조건이었다. 소음인의 인구비율이 낮은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 초기에는 소음인 약물이 주로 발달했다. 우리가 잘 아는 인삼과 감초, 한때 거리의 약장사들도 팔고 다녔던 십전대보탕은 모두 소음인을 위한 약들이다. 삼계탕, 보신탕, 추어탕, 흑염소탕 등 보양식들도 모두 소음인 음식들이다. 영양 부족에 빠지기 쉬운 소음인을 구해내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이렇게 생존에 불리한 조건을 가진 소음인이 지금까지 생존해낸 것이 놀라운 일이다. 소음인의 생존전략은 무엇이었을까? 

소음인은 부드럽고 세심하며 감성적이다. 감각이 예민해서 위험신호를 잘 포착한다. 그래서 부모를 잘 모시고 아이들을 자상하게 돌본다. 가정을 유지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아주 좋은 특성을 가졌다. 실제로 소음인들은 가정에 충실한 삶을 자주 보여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가정에 있는 것이다.
소음인은 사회생활에서도 인연을 맺을 때 가까운 친구들을 가족처럼 보살핀다. 소양인처럼 교제 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깊이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단단한 네트워크를 다져나간다. 한번 맺은 관계를 세심하게 가꿔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소음인의 방식이다. 

태음인처럼 체구가 크지도, 소양인처럼 전투력이 강하지도 않은 소음인은 그래서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준비하고 계획하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일에 앞서 정밀하게 기획을 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제갈량, 이순신, 광무제 등 역사 속에서 뛰어난 전략으로 크게 이름을 알린 사람들은 대개 소음인이다.

소양인과 반대로 소음인 여성은 아랫배가 상대적으로 잘 발달하고 지방비율이 높아서 체구가 작아도 임신이 잘 된다. 너무 마른 사람이 아니면 젖도 풍부한 편이다. 몸과 마음의 특성이 모두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최적화돼있다. 가정적인 성격은 부부 금실에도 좋은 쪽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소음인은 번식 능력에서 강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학술적 연구 논문은 없으나 아기를 많이 낳은 부부 중 한 명은 소음인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전략으로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견뎌온 소음인은 현대에 이르러 최고의 환경 조건을 맞이한다. 이제 먹을 것과 입을 것은 모두 풍족하고 집도 추위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어졌다. 살이 잘 찌지 않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도 상대적으로 낮다. 생존에 불리했던 소음인이 오히려 생존에 유리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디어에서의 선호도를 바꿔버렸다. 

요즘 TV엔 소음인 연예인이 넘쳐난다. 배우나 탤런트는 압도적으로 소음인이 많다. 얼굴이 작고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대표적 배우들은 태음인이 많았다. 이목구비가 큼직하고 턱선이 두툼해야 잘생긴 얼굴이라 했다. 한국의 신성일이나 미국의 존 웨인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하지만 요즘은 송중기, 박보검으로 대표되는 곱고 섬세한 캐릭터의 남성들, 미인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김태희 등 소음인 배우가 가장 많이 보인다. 매력은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생존 조건의 변화가 사람의 매력에 대한 감각을 바꾸고 연예계에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대에도 소음인이 건강을 위해 주의할 점은 있다. 팔다리를 많이 움직이는 운동으로 혈액순환과 내장운동을 활발히 하고, 꿀과 인삼처럼 따뜻한 성질로 알려진 음식의 충분한 섭취를 통해 소화기능을 향상해야 한다. 물질적 환경에서 소음인에게 유리해진 현대는 반면 스트레스를 많이 유발해서 소심한 소음인의 정신 건강에는 오히려 안 좋은 환경이 됐다. 이러한 소음인에게 이제마는 “마음을 대범하게 먹고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라”고 했다. 소음인의 마음에 에너지를 불어넣으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