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님. 제가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특신급 수계자로서 살 수 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의복에 있어 검소하고 담박한 멋으로 살게 하여 주시옵고, 보이지 않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가꿀 수 있도록 호렴하여 주시옵소서.

나의 패션 센스와 의복 계문 
저는 사실 패션 테러리스트입니다. 대학생 때나 직장인 되어서도, 왜 그렇게 옷을 촌스럽게 입고 다녔는지 모르겠습니다. 관심도 없었고, 고를 줄도 몰랐고, 돈 쓸 줄도 몰랐습니다. 옷가게 들어가서 주인 눈치 보면서 몇 가지 만지작거리다가 가격만 살짝 보고 나오는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실패한 옷들이 많았습니다. 가끔 저를 딱하게 보는 친구나 언니들이 옷을 골라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남들 하는 것 보고, 가장 무난한 옷으로 입습니다. 요즘은 옷이 참 잘 만들어져서 편하면서 체형 커버도 해주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고, 저렴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이 계문에 대해서는 크게 걸림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조금 더 의복을 꾸민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끔 차려입은 날은 사람들이 좋아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이미지 컨설턴트들은 직장인으로서 유행 따라 옷이나 헤어스타일도 신경 쓰고, 가방도 좋은 것으로 오래 들으라고 합니다. 이처럼 패션센스는 현대의 재가 교도들에게 일부 필요한 면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중도를 벗어나 지나치게 끌리고 있는가 아닌가를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라 하신 이유 
원불교는 의복에 대해 실용적 입장입니다. 예전 ‘의제의 법’에 보면, ‘의복은 질소 정결을 주로 하며, 각자의 지위와 직업과 연령과 생활 정도에 맞추어서 분수를 적당하게 착용할 것이요’라고 했습니다. 의복은 화려한 멋보다는 몸을 보호하는 기능성과 사회적 예의를 갖추면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이대로 산다면 패션산업은 망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물질문명이 흥왕한 현대의 특신급 수계자라면 패션산업 걱정을 하기보다는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데 집중을 해야 할 것입니다.
왜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라고 하셨을까? 첫째, 의복을 빛나게 꾸미려면 정신 에너지가 낭비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베이지색의 무난한 옷을 즐겨 입지만, 만약 예쁘다고 독특한 옷을 하나 사면 거기에 어울리는 다른 옷이나 신발도 골라야 합니다. 화려함에 끌려 쇼핑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갑니다. 성불제중을 목표로 한 수도인이 할 바가 아닙니다.

둘째,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옷만큼 기능은 비슷한데 가격 차가 벌어지는 재화는 없을 것입니다. 저의 한 직장동료는 100만 원 이하의 옷은 가격도 안 보고 사고, 버리기도 많이 버린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게 살지는 못합니다. 돈이 많다면 모르겠지만 뻔한 월급에 옷 사는 데는 돈 쓰면서, 부모님 댁에 과일 보내는 일이나 다른 모임에서 인색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법회 때 3만 원 낼까 5만 원 낼까 고민하잖아요
셋째, 자원이 낭비됩니다. 패스트패션은 유행에 민감해서 한 철만 입고 버리는 옷을 말합니다. 옷이 해어지지 않아도 싫증이 나면, 넘치는 옷장에 새 옷을 채우기 위해 버려야 합니다. 

이런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최근에는 해어지지 않고 평생 입을 수 있는 친환경 옷 브랜드도 나왔는데, 페트병 재활용 원료로 옷을 만들거나 평생 입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옷을 오래 입기 위해 잦은 세탁보다는 꼭 필요할 때 저온으로 빨리 세탁하고, 기부를 통해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라고도 합니다. 저는 안 입는 옷은 옷캔이라는 기부단체에 보내는데, 낡은 옷도 아프리카 등 꼭 필요한 곳에서는 유용하다고 합니다. 

생각·신앙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게
특신급 계문은 수계자가 어떤 부분에 정신·육신·물질의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의복을 빛나게 꾸미는 것이 죄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계문 체크를 통해 내가 무엇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습관적으로 빛나는 의복을 갖고 싶고, 꾸미지 않으면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고, 남들보다 외형적으로 빛나게 보이기를 바란다면 이미 생각, 신앙, 정성이 다른 곳에 흘러있음을 보여줍니다. 눈에 보이는 의복보다 보이지 않는 서원과 신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진정한 특신급이라 할 것입니다.

신체 보호와 사회적 기능을 다 하는 실용적인 옷. 여러 곳에 두루 입을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옷. 담박한 멋이 있는 옷. 오랫동안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 패션 테러리스트가 아닌, 특신급 수도인으로서 제가 추구하는 패션스타일입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의복을 빛나게 꾸미지 말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의복을 빛나게 꾸미고 있습니까?
3. 만약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예전』 통례편 제2절 의제의 법 
1. 의복은 질소 정결을 주로하며, 각자의 지위와 직업과 연령과 생활 정도에 맞추어서 분수를 적당하게 착용할 것이요
2. 의제는 항상 단정을 주로하여, 모자를 바르게 쓰고, 옷깃을 정제(整齊)하며, 특히 여름철 의복은 과히 야하지 않도록 착용할 것이요
3. 시대에 맞지 않는 이상한 의복이나 난잡한 복색을 착용하지 말 것이요
4. 단체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단체복을 착용하고 단체 안의 의제 규정을 존중히 지킬 것이며, 생활 형편에 따라 될 수 있는 데까지는 노동복과 평상복을 따로 둘 것이요
5. 예복은 경우와 장소에 따라 거기에 맞도록 착용할 것이며, 상복(喪服)은 간편하게 할 것이니라.

『대산종사법어』 경세편 9장
대산 종사, ‘의복의 새생활 운동’을 말씀하시면서 외화와 유행을 버리고 질소와 검박을 위주하며 정신의 의복인 계문의 법의를 갖추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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