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대재를 모시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마음이 매우 참담하다. 미숙한 준비로 이미 보급한 전서를 회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각개교절을 기해 새롭게 완정한 『원불교전서』를 법신불 전에 봉정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소태산 대종사 여래위를 비롯한 선령열위 전에 합동향례를 올리고자 했으나 후진의 도리를 제대로 못한 당혹스러움과 부끄러움으로 선령 전에 고개를 들 수가 없게 되었다.

소태산 대종사가 『정전(正典)』 편찬을 위해 일천정성을 쏟은 정경은 대종경을 비롯한 기록들을 통해 생생히 전해진다. 원불교박물관에는 밤잠을 줄여가며 새벽까지 붓을 들던 대종사가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사용했던 금속제 머리띠가 전시되어 있다. 그 앞에 서면 다가오는 죽음을 예감하고 제자들이 의지하고 따를 수 있는 경전 제작에 전력을 다한 스승의 절절함을 느낄 수 있다. 더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옥죄던 일제의 탄압에 맞서 창생 구원의 정법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생명을 불살랐던 주세불 소태산 대종사의 뜨거운 은혜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원기106년 6.1대재이다. 

지금 우리의 거듭된 실수와 잘못을 보셨다면 대종사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가르침을 내렸을까. 모골이 송연해진다. 주의하라는 당부를 귀담아듣지 않고 방심하여 엿목판을 잃어버린 제자들에게 ‘학비로 알라’며 너그럽게 품어주셨듯이 우리를 용서해주실까. 일하다 보면 실수와 잘못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일은 교단사에 남을 만큼 뼈아픈 잘못이다. 뼈를 깎아내는 깊은 참회가 없다면 더 큰 교단적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진리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이번 일을 몇몇 실무자들의 잘못으로 미루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알게 모르게 오래전부터 탁해진 우리의 마음과 켜켜이 쌓여온 구태와 구업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교단 구성원, 특히 출가 전무출신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깊은 참회로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참회를 위해 자문해보자. 첫째, 우리의 공부는 어떤가. 공부가 부족하면 일에서 탈이 난다. 일과 공부가 둘이 아님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가. 둘째, 실다운 공의 수렴이 되고 있나. 수많은 회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자본위의 집단지성은 발휘되고 있나. 셋째, 지속적인 역량 개발이 되고 있는가. 좋은 의도만으로 성과를 낼 수는 없다. 실무역량 개발을 위한 재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대중 위에 군림하는 행정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행정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봉공과 헌신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임지지 않는 권한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도 돌아보아야 한다. 다섯째, 소태산 대종사가 그토록 경계한 물질의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진 않은가. 초창기 전무출신 정신이 흐려진 것은 아니냐는 물음에도 답해야 한다. 면목이 없어서 등골에 땀이 나는 6.1 대재이다.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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