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백정은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왼쪽), 노정연 그린피스 후원 개발(부문) 매니저.
백정은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왼쪽), 노정연 그린피스 후원 개발(부문) 매니저.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올해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항해를 시작한 지 50주년을 맞은 해이다.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재정적인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지구를 지키는 일에 꿋꿋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서울사무소를 찾았다.


소수 활동가 모임서 시작
그린피스는 1971년, 알래스카의 암치트카 섬에서 벌어진 미군의 핵실험을 막고자 12명이 벌인 대담한 행동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태평양에서 벌어지던 핵실험을 막기 위해 작은 어선을 타고 항해를 떠났고 세계 시민들에게 큰 영감을 줬다. 결국 다음해, 핵실험은 중단됐다. 

소수의 활동가 모임이었던 그린피스는 현재 55개국 26개 지역에 사무소를 둔 국제단체로 성장했다. 본부(Greenpe ace International)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으며 전 세계 곳곳에 지역 사무소(Greenpeace National and Regional organizations)가 자리하고 있다. 2011년 10월 문을 연 서울사무소의 경우 동아시아지부 소속이며, 여기에는 한국 외에도 중국과 일본, 대만, 홍콩이 속해 있다. 노정연 그린피스 후원 개발(부문) 매니저는 “국가마다 오피스를 설립해 운영하는 대신 지역을 기반으로 환경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곳을 함께 묶은 지부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환경 이슈 중에는 하나의 국가 테두리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들의 정체성은 독립성에서 찾을 수 있다. 철저히 개인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재정적 독립성을 확보한 단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여러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전 세계 수많은 거대 기업들과 정부를 대상으로 대담한 캠페인을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환경파괴의 주범인 기업과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다면 이들의 실태를 폭로하거나 변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

개인 및 독립재단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그린피스는 재정적 투명성을 위해 해마다 독립적인 회계감사관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재무제표를 연차보고서에 공개한다.


기후위기 대응 캠페인 활발
현재 그린피스의 최우선 과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2019년 말부터 시작한 ‘기후참정권’은 ‘시민들이 자신의 참정권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혁신적인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정치인을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한마디로 ‘투표를 통해 기후위기 해결에 앞장서는 리더를 뽑자’는 것이다. 노 매니저는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하고, 주요 정당에 정책제안서 등을 제출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펴 왔다. 또 그린피스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정당이 있을 경우 이를 다시 시민들에게 알려 투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17년 시작된 ‘플라스틱 제로’는 플라스틱 폐기물 불법 수출과 재활용 수거 대란 등의 문제를 고발하면서 변화를 요구해온 캠페인이다. 특히 지난해 류준열 배우와 함께 시작한 ‘#용기내 챌린지’는 올해 초 문 대통령 부부도 함께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용기내 챌린지는 마트나 시장을 방문할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가져가자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대형마트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생산량 공개 및 감축 목표 선언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쳐왔고, 지난해 롯데마트가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50%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정은 그린피스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후원자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이뤄낼 수 없는 캠페인 성과였다”며 “2020년 발생한 호주 산불, 한반도 최장기간 장마 등으로 시민들은 기후위기 문제가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게 됐다”고 전했다. 참고로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신규 후원자 수는 2019년 대비 40%가 증가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피스의 활동은 교통과 축산 분야에서도 활발하다. 교통의 패러다임 변화를 끌어내는 ‘전기차 인식 전환 캠페인’은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고 가솔린, 경유 등 화석연료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해 탄소 배출을 줄여 보자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축산업을 교통만큼이나 탄소 배출량이 높은 분야로 판단한 그린피스는 2018년 ‘채소한끼 최소한끼’ 캠페인을 시작으로 공장식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렸다. 또 올 하반기부턴 기후위기로 인해 식량 위기가 가속화되는 문제를 다루는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현 세대뿐 아닌 미래 세대에게도
크나큰 방사성 재앙을 초래하는
역사적 과오가 될 것


설립 당시 ‘원전’에 가장 집중
서울사무소 설립 당시, 동아시아지부장이었던 마리오 다마토는 한국에서 가장 집중할 문제를 원전으로 꼽았다. 안전 문제와 원전은 양립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그린피스는 완전하고 단계적인 탈원전을 향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엔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처리 문제에 대응 중이다. 4월 13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고 그린피스는 이를 규탄하며 한국 정부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린피스가 한국 정부에 제시한 방법은 국제해양재판소에 잠정 조치를 청구하는 것이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따르면 잠정 조치란 국제해양법 재판의 판결이 나기 전 긴급한 피해를 막기 위해 해양법협약 당사국이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으로, 오랜 준비 없이 즉각적인 청구가 가능하다. 한국뿐만이 아닌 다른 인접국들도 이 잠정 조치에 참여할 수 있어 빠른 시간 안에 국제 공조를 구축할 수 있다. 

노 매니저는 “일본 정부가 방류를 계획하고 공식적으로 발표할 준비는 지난해 말부터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속 늦춰졌던 건 부담감 때문이라고 본다. 그린피스가 캠페인을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국제사회 이슈를 제기하고 국제 시민들이 계속 이의 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그린피스의 국제해양재판소 잠정 조치 청구 제안을 받아들이고 실행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는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현 세대뿐 아닌 미래 세대에게도 크나큰 방사성 재앙을 초래하는 역사적 과오가 될 것이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권과 이해관계를 철저히 무시한 행위이며 국제해양법을 위반하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기후환경회의 한국 발표 아쉬워
그린피스는 4월 22일 지구의 날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보인 한국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한다. 올해 기후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전 세계 40개국의 정상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틀 동안 진행됐다. 주요국 정상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함께 공유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을 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의 온실가스 감축을, 영국은 2035년까지 78% 감축을, 유럽 연합은 55% 감축을 재확인했고, 지난해 말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던 일본 역시 2030년까지 2013년 배출량 대비 26%였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46%로 상향했다. 하지만 한국은 올해 안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을 발표하겠다고만 언급했던 것. 그린피스는 “한국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분류되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은 책임감 있는 선언이 나오지 않았다. 다만,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오랜 요구에 부응해 공적 금융기관의 신규 해외 석탄발전 투자는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진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그날까지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그린피스. 지구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이들의 비전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오늘과 내일에 맞닿아 있다.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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