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자
류현진 기자

“이번 주 법회 주제는 좋은 상사입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좋은 상사는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얼마 전 동창 교무들 카톡방에 좋은 상사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질문이 올라왔다. 일을 멈추고 잠시 좋은 상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역으로 힘들게 하는 상사 사례가 먼저 떠올랐다. 그렇게만 하지 않아도 힘든 상사가 되는 것은 면할 수 있지 않을까. 기자가 생각하는 좋은 상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다.

첫째, 성과를 위해 아랫사람을 소진시키거나 수단으로 삼지 않는 상사. 일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과부하가 됐는지, 의욕이 있는지 지쳤는지 상황은 살피지 못한 채 일의 성과만을 바라보고 쫓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또 자신의 성과만 챙기려 하거나 자신만 돋보이려고 하기보다, 아랫사람의 역량이 클 수 있도록 키워주는 상사라면 환영받을 것이다. 

둘째, 일 잘하는 상사. 미리 연마를 통해 일의 지시를 효율적으로 해서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업무를 줄여주는 상사가 은혜로운 상사이다. 피치 못할 상황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음에도 미리 연마가 부족해 급하게 일을 떨어뜨려서 야근하게 만드는 상사, 말이 달라져서 일 두 번 하게 하는 상사, 신중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업무지시를 내려 실컷 고생해서 해놓은 일이 결국에는 별로 실효성이 없게 만드는 상사는 경계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셋째,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최종 결정권을 가진 상사가 책임을 질 줄 알아야겠다. 내부적으로야 잘잘못을 따져서 시정해 나가야 하겠지만, 외부적으로는 아랫사람을 보호하고, 비난의 화살이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하는 멋짐이 수반되면 좋겠다.

넷째, 구성원들의 마음을 살아나게 하는 상사. “무조건 내 말 들어”라는 식의 강압적인 지시보다 일의 당위성과 의미를 잘 설명해서 동기부여를 잘하는 상사라면 좋겠다. 서로 잘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함께 찾아가는 상사라면 일하는 사람들이 좀 더 정성스럽게 일에 임하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랫사람을 제대로 지도해 줄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겸비하는 것이다. 실력 없는 지도자가 잘못된 방향으로 지시를 내릴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많은 고난을 겪게 된다. 물론 서로서로 부족한 점을 메꾸고 채우면서 협력해나가야 하겠지만, 지도인으로서 자리에 맞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사전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대종사가 이미 ‘지도인으로서 준비할 요법’에서 다 밝혀 주신 바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일터에서 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상사인가, 행복을 주는 상사인가 되돌아보자. 일터에서는 각자가 맡은바 그 일 그 일을 충실히 잘 해내는 것 자체가 은혜가 됨을 잊지 말자.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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