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은 생명과 같다.” 방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경전은 중앙총부 송대 앞 연못으로 빠졌다. 방원들은 망설임 없이 즉각적으로 모두 연못에 뛰어들어 경전을 건졌다.

기자가 20여 년 전 원불교학과 신입생훈련을 마치고 직접 경험한 일이다. 학림사생들은 신입생훈련을 마치고 기숙사 방 배정을 받고 방에 들어가기 전에 입방식이라는 관례를 거친다. 지금은 이러한 관례가 사라지고 방원들과 함께 뛰어든 송대 앞 연못도 사라져 추억으로만 기억되고 있다. 입방식 이후 선배들은 “정산종사는 성인이 가신 후에는 도가 경전에 있다고 법문했다. 경전은 성불제중과 제생의세하는 방법과 원리를 배울 수 있는 것으로, 우리는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로서 경전을 생명과 같이 정말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전했다.

원기106년 4월 28일 대각개교절 경축 기념식에서 『원불교전서』 개정 증보판이 법신불전에 봉정됐다. 5월 24일 교화훈련부장으로부터 『원불교전서』 증보판에 대한 사과문이 발표됐다. 다음날 5월 25일 『원불교전서』 증보판의 회수와 환불의 결정이 공지됐다. 5월 29일 교정원장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6월 2일 교서감수위원장의 사과문이 발표됐다. 6월 8일 긴급 임시수위단회가 개최됐다.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로서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 통탄, 참담, 참회란 단어가 떠오른다.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던 경전을 우리는 어떠한 마음 자세와 노력으로 세상에 내놓았는가. 우리는 알고 있다. 대종사가 『불교정전』을 편찬할 때 직접 감정의 붓을 들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는 진리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엄정하게 처리돼야 하겠다. 이 문제를 단순히 행정적인 실수나 오탈자의 문제로 바라봐선 안 된다. 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러한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한 후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근본을 돌아보자. 무엇이 중요한지.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을 놓고 근본적 해결을 찾아보자. 근본을 해결하지 않고, 적당히 덮어 놓고 지나치면 다시 그 문제와 만나게 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우리가 어떠한 교단인가. 열린종교와 열린세상을 주장하며 일체 생령을 낙원으로 인도하려는 목적으로 우리 하나하나가 진리의 신앙과 수행을 하고 있지 않은가. 100여 년 교단사에 안타까운 사건으로 기록되겠지만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더욱 철저하게 검증하고 공의를 거쳐 교단 4대를 열어가는데 디딤돌로 삼자.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참된 실력을 알 수 있다. 종교 자체가 세속화되어 가는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교단은 과거의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시대를 향도하는 정신성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그들과 만나 희망이 되어주길 바란다.

[2021년 6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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