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전 교무
황덕전 교무

[원불교신문=황덕전 교무]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며 찻잔을 준비한다. 차를 준비하고 테이블도 정갈하게 정리한 뒤 잠시 뒤에 있을 1인 법회에 올 간부를 기다린다. 2년 전 일요일에 법회를 나올 수 없는 간부를 위해 시작하게 된 1대1일 공부. 이름하여 1인 법회가 어느덧 2년을 넘어섰고, 원불교에 완전 문외한이었던 그 간부의 공부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보며 우리 법이 얼마나 좋은 법인지를 새삼 실감한다. 

매주 한 시간씩 공부하되 문답감정공부를 위주로 하고 마지막에 설교법문으로 마무리를 한다. 먼저 지난 한 주간을 살아오면서 마음에서 일어났던 경계와 그 경계를 공부와 어떻게 연결했는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 공부의 잘된 점과 보완해야 하는 점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그런 다음 부족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한 공부표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부연설교를 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교당 내왕시 주의 사항의 순서 그대로 ‘문답, 감정, 해오, 공부에만 전심, 실생활에 활용’으로 포커스를 맞춰 공부를 이끌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공부순서가 되어있다. 다행히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공부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할 정도로 공부에 재미가 붙어있고 출장을 가서조차도 스스로 알아서 세세하게 공부일기를 써 보내는 자력도 갖추어져 있다. 이 간부를 이처럼 공부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우리법이 ‘마음공부법’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마음은 사실 우리 삶의 근간이다. 우리는 누구나가 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행복을 느끼는 것은 마음이다. 행복뿐만이 아니라 불행을 느끼는 것도 역시 마음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마음을 얼마나 소홀히 여기며 살아가는가. 몸을 위해서는 온갖 정성을 다하면서 마음은 그토록 소홀히 하고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어이없는 삶을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일깨우는 일, 그 일을 이곳 계룡대에서 매일매일 하는 일이다. 

수많은 상담을 통해 느끼고 또 느끼는 것은, 상담자들이 토로하는 모든 고충이 전부 마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번뇌가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것을 보면서 일어나는 일은 어찌할 수 없는 인과의 작용이지만 그 일이 나에게 고통이 되고 아니고는 내 마음의 문제라는 것, 그러기에 마음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알게 하는 것, 이것이 이곳 삼군본부에 계룡대교당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내가 살아가는 삶이 내 마음의 반영이기 때문에 마음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게 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세상에 정성 없이 이루어지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기에 대종사님께서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그 목적을 달하게 하는 원동력이 정성이라 하셨으리라. 

교당이지만 원불교인들이 아닌 육해공 삼군의 군 장교들과 용사들의 집단인 이곳 삼군본부에서, 민간인 교무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애로사항도 많이 있지만 그로 인해 우리법이 얼마나 훌륭한 법인지를 가슴 절절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해 공부하도록 이끌어주는 그물망과 같은 우리 공부법. 이런 공부법으로 공부를 하고 이런 공부법을 알리는 교무로 살아가는 행운, 이런 행운과 이런 소명이 주어졌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계룡대교당

[2021년 6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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