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중 교도
양원중 교도

[원불교신문=양원중 교도] 10여 년 전의 두 가지 일화가 문득 떠오른다. 하나는 가을이면 교당 담장 너머로 떨어지는 낙엽 때문에 이웃에서 항의가 잦았다. 교무님들의 온갖 정성에도 할머니의 태도는 여전했다. 또 하나는 대각개교절을 맞아 교당 알리기 활동을 했다. 교당으로 손님을 잘 모셔달라고 택시 기사님들에게 간단한 간식과 함께 교당 위치도 안내하고 공동 생일도 알렸다. 

입교한 지 오래되지 않은 나로서는 한동안 그때의 감상을 잊을 수가 없었다. 원불교가 지역사회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교당을 지역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을까? 무엇으로 교당 밖의 일반인들을 교당으로 찾아오도록 할 수 있을까? 오랜 준비 끝에, 마침내 우리가 가진 재능을 활용해 교화사업을 시작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중국어 무료강좌를 개설했다. 집집마다 다니며 강좌 안내문을 부착했다. 

10년 전 첫해에 30명 1개 반으로 시작했다. 다음 해부터는 인원이 급증했고 수강생은 연인원 100명에 달했다. 국제적인 관광지로 부상함에 따라 중국어의 수요가 늘면서 4개 반을 개설했다. 언어, 문화 등 교육내용도 다양하게 운영했다. 그간 약 1천 명이 교육을 받았다. 주 4일 저녁마다 교당이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그들은 종교도 제각각이다. 종교연합이 절로 이뤄진다. 교육을 받으러 오며 가며 법당 출입도 자연스럽다. 교무님께 합장 인사도 하고 교당의 주요 행사에도 참여했다. 6년 전에는 동문회도 조직됐다. 10년째 교육을 받는 열혈 교육생도 있다. 어학자격증은 물론 가이드자격증도 여러 명 취득했다. 그동안 직·간접교화 효과도 높았다. 그간 중국어 인연으로 입교한 젊은 교도들이 교당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교도 간의 인화도 잘 이뤄진다.

교화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해법을 찾는다. 지역주민은 우리가 공들일 대상이다. 우선 교단과 각 지역 교당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화의 터전인 대중에게 원불교를 널리 알리는 ‘광고(廣告)’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선 교단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대국민 홍보를 통한 간접 교화사업은 비용도 많이 들고 효과를 거두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교단적으로 거시적 중장기 홍보전략이 필요하다. 저수지에 물이 차면 바닥에 있던 배는 자연적으로 떠오른다. 

각 지역 교당은 어떻게 할 것인가? 출가, 재가 교역자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교화를 실천해야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도를 올릴 수 있는 용기와 의지가 필요하다. 혼자서는 못한다. 교당마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모두 나서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각 교당에서의 교화 노력이 교구로 이어지고, 나아가 교단적으로 확대되면 직·간접 교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원불교 중국어통역 시민봉사단도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것은 동포은에 대한 감사 실천 운동이다. 우리가 사회적 책무로 여기고 사회적 공헌도를 높여서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하고 주민들의 선호도를 높이는 ‘교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교화사업에 있어서 교당, 교무, 교도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교당을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도량으로 탈바꿈하자. 우리만의 종교 활동을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자. 교무와 교도가 가진 재능을 그들과 공유하자.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자. 이는 교화의 터전을 닦는 길이다. 교화위기를 극복할 대안들을 우리가 직접 찾아보자. 걱정만 하고 앉아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제주교당

[2021년 6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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