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 발행 문제로 교단의 최상위 결의기관인 수위단회의 사과문이 발표됐고 수위단회 소속 교서감수위원들이 그 직에서 물러났다. 긴급히 소집된 임시수위단회에서는 7월 임시수위단회 전까지 재가출가 교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사안의 엄중함을 정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제 경청의 시간이다.

‘경청’이란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의미의 경청(傾聽)이고 그 둘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듣는다’는 의미의 경청(敬聽)이다. 일단 교단 지도부는 대중들을 향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귀를 기울이려면 자세를 고쳐 앉아야 하고 시선도 상대방을 향해야 하고 허리도 숙여야 한다. 여타의 소리가 많아도 상대의 말에 집중해야 경청이 가능하다. 

교정원은 거대한 행정조직의 자세를 낮추고 행정력을 동원해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경청에 힘써야 한다. 단지 온라인 게시판 정도로 대중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로는 이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여론수렴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수위단도 적극적 경청에 돌입해야 한다. 수위단원들은 단지 훌륭한 개인이 아니라 교단의 최고 결의 기구의 구성원임을 되새겨야 한다. 자신들에게 대표성을 부여해준 출가 단원과 재가 단원들의 의견을 심도 있게 파악해서 공적 통로로 수렴해야 한다. 이단치교의 기본인 교화단의 소통 기능을 활용할 때다.

두 번째 경청(敬聽)도 필수적이다. 경청하지 않으면 충언과 고언은 멈춘다. 충심어린 고언을 가볍게 받아들일 때 대중은 침묵한다. 이때 지도부는 이 침묵을 암묵적 칭찬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분노가 왜 이토록 깊고 큰지 공감하려면 진정한 경청이 필수적이다. 

실무적 과오에 대한 질타를 넘어 3년차에 접어든 현 교정원과 수위단회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원인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관련자들도 더 이상 변명에 가까운 해명을 그쳐야 하고, 감찰원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실다운 경청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교단 지도부는 재가출가 교도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신속히 제공하고 자숙과 성찰의 시간에 들기 바란다.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중들의 직언과 대안 제시다. 진솔하게 속내를 표현하며 교단적 소통을 촉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화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교단에 대한 사랑을 말과 글로 표현할 때이다. 교단적 지혜를 모아 과오를 딛고 일어서는 데 일심합력하자. 서로의 진심을 나누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는 데 성공하기를 기원한다. 경청의 시간은 천심 천어의 시간이다.

[2021년 6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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