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원로교무
김종천 원로교무

[원불교신문=김종천 원로교무] 필자는 대학시절, 서울 화계사에서 노년을 보내던 덕산(悳山) 노스님을 뵌 일이 있다. 덕산은 만공(宋滿空)의 지기로, 만공이 수덕사에 있을 때 덕산이 왔다고만 하면 버선발인 채로 마당으로 뛰어나갔다고 한다. 

정신수양을 해 축기가 되면 맨 먼저 눈빛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덕산의 눈은 불타는 두 개의 석탄 덩어리 같았다. 필자는 그때 그분을 뵙고 ‘공부’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익산 총부 대각전에서 안경을 걸친 소태산과 같이 찍은 사진이 남아있는 여성 제자 민성경은 소태산의 안광이 어찌나 부신지 그를 똑바로 뵌 일이 없을 정도였다는 말을 남겼다. 동학사 강원의 강백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고, 전국 각지에서 경전을 배우겠다고 몰려든 학인들에게 강원의 폐쇄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경허다. 그는 확철대오하기 전에는 문밖에 나오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모르는 채, 허벅지에 송곳을 들이대고 졸음을 쫓으며 석 달간의 용맹정진을 했다. 긴 머리와 수염으로 몰골이 뒤덮이면서 씻지 않은 몸에서는 냄새가 펄펄 났으나 두 눈에서만은 광채가 불을 뿜었다고 한다.

타고 나는 사람도 있다. 1967년 하산해 국선도를 세상에 알린 청산선사는 어린 시절에도 몸집이 큰 편은 아니었지만, 체격이 다부지고 눈빛이 형형해 어른들도 눈이 마주치면 얼른 피할 정도였다고 한다. 사람의 신체에서 등 쪽 정중앙에는 독맥이 있고 앞쪽 정중앙에는 임맥이 있다. 수도자는 앞뒤의 임독맥을 여는 것을 아주 중요시하는데, 이것을 임독유통 또는 임독자개(自開)라고 한다. 연다는 것은 단전의 기운덩어리인 단화기(丹火氣)가 척추를 올라 머리 위를 거쳐 앞쪽 임맥으로 내려오도록 한다는 것인데, 단화기가 막힘없이 돌 정도에 이르려면 몇 년을 한결같이 수련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구르지예프의 외모 중에 가장 특이한 것이 눈빛이다. 처음 그를 대면하는 제자마다 이구동성으로 꿰뚫어 보는 그의 눈길에 대하여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신체적 외양은 적어도 그의 품성을 나타내기 마련인데, 그는 눈으로 사람들의 덧칠한 속내를 훑어보았음은 물론, 심연 같은 일별 또 제스쳐 그리고 침묵을 가지고도 어떤 깊은 말보다 더 심오한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한 제자는 “우리가 소개받았을 때 나는 그렇게 이상한 눈을 본 일이 없었다. 그의 두 눈이 서로 달랐기 때문에, 나는 그 요술 부리는 듯한 눈빛들이 나를 앞에 놓고 장난치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제자 르네 도말의 표현으로는 어떤 때는 구르지예프가 하루 종일 무엇을 쓰고 있는 일이 있었다. 누가 이야기하러 다가가면 스승이 숙인 머리를 드는데 마치 대과학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사람을 쳐다보는데, 두 개의 검은 빛의 동공(瞳孔)만 보일 뿐 얼굴은 보이지 않고, 눈조차 큰 눈인지 작은 눈인지 분별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눈빛이었고, 두 눈동자로부터는 검다 못해 푸른 눈빛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고 한다. 그야말로 그의 눈빛은 레이저로 쏠 수 있을 정도로 오금을 저리게 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다음에는 눈빛으로 사람의 호감을 사는 서양의 정치인이나 배우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눈빛은 개인 수양력의 한 표현일 텐데, 배우나 정치인들은 지난 세상에서 수양하다가 도중 하차한 사람들이라 한다면 매력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중앙남자원로수양원

[2021년 6월 25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