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 작가, 박시현·라도현·김원동·서정호 교도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정도상(법현) 작가
정도상(법현) 작가

올해 초였다. ‘개정증보 새전서’를 편찬하는 작업을 하는데 ‘교사 부분’을 살펴봐달라는 청탁이 있었다. 청탁을 받으면서 ‘헛일’을 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애초에 반영하지 않을 것이면서 일을 부탁하는 것은 여러모로 원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문장이 엉망인 부분’, ‘끊임없이 찍혀진 쉼표들’, ‘앞뒤가 맞지 않는 서술’, ‘문법에 맞지 않는 맞춤법’, ‘역사 서술로는 알맞지 않은 문장’ 들에 빨간 줄을 긋고 성심껏 교정교열을 보았다. 그런데 교정교열 본 것의 채택 여부는 감수위원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40여년 가까이 문장을 쓰고 40여권이 넘는 저서를 낸 전문가에게 청탁한 일의 채택 여부를 비전문가들이 모여 결정한다는 것에 깊은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전서에 ‘교헌’을 넣는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 세상의 어느 경전에 ‘교헌’이 들어간단 말인가? 불교경전에는 조계종의 교헌이 없고, 천주교의 성경에는 교황청의 교헌이 없다. 교헌이란 수시로 바뀌는 교단운영의 방침일 뿐이지 『대종경』처럼 어떤 절대성을 가진 경전이 아닌데도 굳이 넣겠다는 발상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교헌이 바뀔 때마다 전서를 증보 개정하겠다는 것인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결국 문제가 터졌다. 관련 전문가들이 해야 할 일을 비전문가들이 틀어쥐고 행정적 편의로만 일을 진행하다가 일이 커지고 만 것이다. 수위단 회의 중에 기존의 출판사나 언론기관을 활용하지 않은 발언이 있는데 변명이 참 구차했다. 출판사나 언론기관을 제외한 근본적 이유를 말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수위단회 일동의 사과문 발표를 읽었다. 

교서 감수위원의 전원 사직은 너무 당연하다. 진작에 사직했어야 했다. 수위단회에서 참회기도하면서 수습을 하겠다고 하니,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첫째, 교단 내의 출판사와 언론기관을 포함한 독립된 편찬위원회의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편찬위원회의 구성에서 출가의 비중이 반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 감수위원회를 수위단회에 두되 수위단원은 위원장 이외의 구성에서는 빠지고 각계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셋째, 편찬위원회를 교정원장이나 종법사 직할로 두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고 긴 호흡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편찬을 책임지게 하는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번 사태는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 원불교에 미래가 있다. 이번 사태는 실무행정의 실수가 아니라 원불교의 가치와 철학에 대한 근본적 태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북일교당


근본정신을 흐려서야 되겠는가  

박시현 교도
박시현 교도

‘개정증보 새 전서 사태’를 두고 어떤 이는 진리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하고 또 어떤 이는 교단체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대 참사라고 한다. 우리는 이 사태가 한두 사람의 실수로 벌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수십 년 전부터 생긴 병이 악화일로를 걸어오다가 너도 나도 “이건 아니지!”라고 하게 된 이 사건이 발생해 그나마 기사회생할 기회를 만난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경제 사고를 비롯해 정당하지 못한 사태들을 접하고도 도가에서 시끄럽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따지고 보면 이번 사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물론 정보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는 관계로 또는 교단의 흐름이 어떠하든 오로지 정전의 가르침 따라 원불교 교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선량한 교도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필자는 제6차 교헌개정특별위원회의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이 심혈을 기울여 이룬 작업이 한순간에 백지화되는 장면을 직접 보고도 정당한 취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말았으니 참회해야 하는 사람 중의 하나다. 

4년 전 ‘교단의 내일을 위해 뜻을 함께한 재가교도들’이 종법사님과 수위단원들께 진언문을 올렸으나 아무런 반향이 없었고, 그보다 4년 앞서서 종법사님께 올렸던 진언문 역시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은 대접을 받았다. 4년 전 진언문의 내용은 교화 부진에 대한 대책 마련, 재가교도가 참여하는 민주적 교정운영, 인재 양성 및 발굴, 효율적인 교화환경 확충, 엄정한 법위 사정 그리고 교헌 개정을 촉구하는 것이었다.

특정 선진을 별나게 숭앙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니 논할 것이 없다. 다만, 교단 전체의 분위기를 몰아가서는 안 되며 스스로 최고 법위에 오른다거나 주법을 언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우리의 교과서는 대종사의 친찬 경전인 『정전』과 『대종경』이다. 다른 법문들은 해설서고 참고서다. 다른 어느 종교가 창시자의 친찬 경전을 가지고 있는가? 창시자의 뜻을 흐리는 일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남교당 


진실한 숨은 지도자를 찾아내야 

라도현 교도
라도현 교도

개정 증보판 새 전서 사태에 대해 먼저 표면적인 문제를 살펴보겠다. 첫째, 교전 개정증보판을 목표기간 내에 완성하려고 서두르다가 생긴 불상사로 생각한다. 욕속심으로 불사를 했다면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시응용주의사항 1조를 아무리 내세운들, 지도부가 거꾸로 행한다면 교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둘째, 진심으로 스승의 가르침을 높이 받드는 마음들이었다면 이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교화훈련부의 마음이 사실상 교전의 겉모습 제작에 치중하고 그 내면까지는 깊이 미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장인이 도자기 하나를 만들더라도 일심이 들어간다. 근원적인 문제를 살펴보면 이번 일은 우리 모두의 신앙심과 수행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드러낸, 아무도 예기치 못한 매우 세속적인 사건이다. 교단의 제반 문제는 공부심이 바닥나고 마음들이 세속사람과 다름없어서 생긴 것들이다. 실력 없이 교화를 먼저 꿈꾸는 망상에서 비롯됐다.

원불교 수위단회는 명예와 권력만 누리는 지위가 아니다. 법력 있는 분들이라면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떠안으려고 할 것이다. 신앙으로는 분명 특신급을 넘어섰고, 수행은 법마상전급을 지난 분들이다. 그런데 교법에 맞게 교화할 지혜도 방편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중의 눈에는 지혜롭고 겸손하며 ‘교단을 새롭게’할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모두의 공부심의 문제이다. 사실적 불공보다는 기도에 치중해온 교단의 풍토가 이렇게 만들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교단 지도부를 비판하기에 앞서, 매번 선거 때마다 교단 혁신에 미온적인 수위단원들을 선택해온 선거인단이 가장 책임을 느껴야 한다.

재가출가 차별철폐는 커녕, 전국의 재가자들을 모두 ‘시다바리’로 전락시킨, 시대에 뒤떨어진 교단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학교에선 훌륭한 교장이 부임하면 교사들의 의식도 바뀌고 학생들의 정서도 행동도 달라진다. 교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교단 4대에는 진실한 숨은 지도자를 찾아내서 교법에 어긋난 폐습을 모두 쳐내고 공부와 혁신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 우리 교단이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화정교당


원불교가 원불교다워졌으면 

김원동 교도
김원동 교도

백년성업회 분과회의를 마친 후 차를 마시면서 원기100년 이후 원불교 모습을 참석자가 자유롭게 말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원불교가 원불교다워졌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후배와 격론을 나누던 중 “선배님은 아직도 교정원을 믿습니까?”라는 말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현재 최대 관심사인 ‘개정증보 새 전서 사태’에 대한 임시수위단 회의 내용과 여러 교무님들의 의견을 보고 들어보며 예전보다 달라진 모습에 희망을 봤다. 다양한 의견 중 효과적인 방향을 정하고 실천한다면 값진 수업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슬그머니 시간만 끌기식으로 보낸다면 교도들은 더이상 교정원과 수위단회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교화의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여러 사람이 제시한 훌륭한 대안 중에 공통점을 찾아보고 현시점에서 우선적으로 실천해야만 하는 것을 선택해 실행해야 한다. ‘원불교 창립정신’과 ‘개교동기’ 및 ‘대종사님과 정산종사께서 정전과 대종경을 집필할 때의 정성’을 기초로 해 재가출가 교도의 마음을 모아 현명하게 극복해야 한다.

대종사의 제자로서 아픈 마음을 서로 보듬고 잘 해결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전통이라는 껍데기 속에 개인적인 사견을 고집하지 말고 평범한 사람도 성불제중이 가능한 원불교 이념에 맞게 판단해야 한다.

법신불 사은님은 영광 원자력발전소와 성주 사드 기지를 통해 원불교 교도가 항상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고 실천하게 하는 은혜를 주셨다.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주셨는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매주 월요일 영광 생명평화탈핵순례의 마음, 재난 현장에서 항상 존재하는 원봉공회 정성, 평화를 실천하는 평화의 친구들 소망이 모이면 원불교다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필자는 이기적인 모습을 변화시키는 원불교의 힘, 교전의 힘을 믿기에 “무엇이 중헌디”라는 영화 대사와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 잘 먹나요”라는 노래가사에 내포된 의미에서 희망가를 불러 본다.

/화산교당


좀 더 많은 정성과 노력 기울이길

서정호 교도
서정호 교도

새로운 원불교 전서가 발간된다는 소식은 재가출가 교도의 큰 염원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오는 원불교 전서 개정판이 어떻게 바뀌어서 나올까,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 그동안 지적되어온 오탈자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하는 생각들로 한참 동안 설레기도 했었다.

그런데 원불교 홈페이지에서 원불교전서 증보판을 회수하고 환불하기로 했다는 공지를 보게 됐다. 교전은 전체 교도들이 항시 가지고 다니면서 읽어보고 마음에 새기는 아주 중요하고 소중한 보물인데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우리들이 보는 출판물의 대부분은 초판본을 인쇄해 오탈자를 교정하고, 인쇄가 된 후에도 출판자의 의도에 맞게 제본이 됐는가도 살핀 후 마지막으로 본 인쇄에 들어간다. 한번 출판돼 배포된 출판물은 이미 작성자의 손을 떠나서 독자의 평가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과정과 심혈을 기울여서 하는 작업이 출판물이 나오는 작업인지라, 하물며 한 종교의 경전 증보판을 내놓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출판이 끝나고 이미 독자들에게 배포가 됐는데 이를 다시 회수한다는 결정은 과연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 것인지 궁금하다.

증보판을 발간하면서 교전의 소중함을 잊지는 않았는지를 반성이 아닌 참회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 걱정되는 일은 이미 만들어져서 회수된 교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인쇄를 한 회사에서 잘못 인쇄한 것도 아닌 듯한데 인쇄비를 물어 줄 리도 없을 것이고 또 그 많은 개정된 증보판을 처리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일을 어찌할꼬. 

어떤 일이든 잘했으면 상을 주고 잘못했으면 벌을 받는 것이 인과의 이치이거늘 이 개정증보판을 발간하고 회수하는 일을 한 담당자에 대한 벌은 누가 줄 것 인지도 의문이다. 

원불교의 교전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두 번 말하지 않아도 누구든지 알고 있을 것이다. 향후 다시 만드는 작업에는 좀 더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남양주교당

[2021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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