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교무

[원불교신문=이은주 교무] 그저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니 어느덧 출가한 지 십 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마냥 어리광만 부릴 수도 비판만 할 수도 없는 교무 13년 차인, 지난 3년 전 중앙총부 공익복지부에 발령을 받았다. 많은 교무님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 속에 총부의 구성원으로 지내고 있다.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낯선 업무가 늘 긴장을 하게 했고, 병고로 인해 어려운 전무출신의 삶과 마음이 내게 전해지면 내 삶으로의 회복이 더뎌질 때도 있다. 하지만, 진리와 스승의 지도에 따라 공부하고 육신의 병을 공부 삼는 선후배의 모습은 내 공부심을 측량하게 한다.

공익복지부는 보건과와 후생과로 나눠진다. 전무출신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는 ‘법은사업’과 교단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고 봉사한 퇴임 전무출신들의 ‘후생사업’, 빈곤과 고통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웃들에게 은혜를 나누는 ‘은혜심기와 사회복지’ 그리고 ‘봉공회’의 업무를 통해 교단과 사회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부서이다.

공익복지부는 현재 다양한 형태로 전무출신들의 후생 복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원기106년도까지 퇴임 전무출신이 500명을 넘어섰다. 후진들을 생각하는 원로 교무들은 불편함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정양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교무들이 정양할 수 있는 숙소가 부족해 이제는 수도원 신축이 아니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올해 영산 근원성지에 영산여자원로수도원을 이전 신축해 한평생 교단을 위해 노력해 주신 그 삶에 감사의 뜻을 담아, 조금이나마 편안한 노후를 위해 신앙과 수행의 도량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현직 전무출신에게는 3년에 1회에 한해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으로 쉽게 하지 못했던 종합 건강검진 비용의 일부를 지원함으로써 안심하고 건강검진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공익복지부 차원에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필자의 업무 중 가장 소중하고 감사한 일 중 하나는 교무님들의 마지막을 배웅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임종 소식을 듣고 전해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이별이 아니기에, 위독하시다는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몇 번을 깨 전화기를 확인하면서 하루를 피곤하게 보낼 때도 있다. 하지만 절대로 익숙해져서는, 익숙해질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임종 앞에 경건함이다.

열반지에서 총부 정문을 통해 향적당으로 모실 때면 어느 때 보다 총부는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된다. 법복과 법락을 착용한 동지들이 환지본처하는 전무출신을 무언으로 위로하는 모습은 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뭉클함이 있다. 이 업무를 맡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은 다가올 나의 죽음을 당당하게 만들어 준다.

죽음을 향해 매일 한발 한발을 내딛는 나는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가를 마음에 새겨본다. 습관처럼 다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숙소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내게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물건들을 나눠보기도, 기회 따라 맺었던 인연들을 담담하게 맞이해 보기도 한다. 

또 내 마음 또한 내 보았다가 거둬 드려보며 여럿이지만 혼자의 삶에 익숙해져 보고, 혼자의 삶이지만 여럿이 어울리는 삶을 배우기도 하며 나의 총부 생활은 오늘도 그렇게 어느 한 곳에 메이지 않고 내 삶을 조각해 나간다.

/공익복지부

[2021년 6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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