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 발간 사태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단지 실무적 부주의로 발생한 일이 아니라 교단의 누적된 문제가 드러난 상징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가교역자게시판에는 연일 날카로운 책임추궁과 대안제시를 촉구하는 비판적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자칫 소중한 법연 간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길까 우려된다. 

이 사태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교정원을 중심으로 한 중앙총부와 현장 사이에 큰 인식 차이가 있다. 7월 임시수위단회까지 실망이 컸을 교도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이 간극부터 메워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합리적인 수습 방안이 나오길 고대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원불교전서 발간 문제를 놓고 벌이는 갑론을박 또한 지나간 일을 붙들고 소용없는 수고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아직도 우리 외양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소가 있기 때문이다. 한 번 문제가 터졌을 때 제대로 신속하게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이번 일을 통해서 커다란 깨달음과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언젠가 더 큰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 시비가 분분한 이 때 우리가 표준으로 삼아야할 정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소태산 대종사는 일찍이 ‘세계를 맡긴들 못 할 것이 무엇이리요’, ‘불교는 장차 세계적 주교가 될 것이니라. 그러나, 미래의 불법은 재래와 같은 제도의 불법이 아니라…’며 주세교단의 포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러한 스승의 무한한 자부심과 원대한 목표로부터 해결점을 찾자. 직전의 3대3회 전반기 수위단회는 미래교단의 기틀 마련을 위한 교헌개정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책임행정’이라는 열쇳말로 치열하게 논쟁했던 교단 권력구조에 관한 논의는 종법사 중심의 현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웬만한 교단 혁신 과업은 교헌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배우기도 했다. 현 수위단회의 역사적 사명 역시 교단 4대를 희망차게 열 수 있는 교단적 기틀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비상체제와 교헌개헌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과거 논의를 재소환하기 전에 집단적 학습과 숙고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교단은 곧 교단 제4대 제1회 설계특별위원회를 조직한다. 현재 현장에서 분출하고 있는 다양한 불만을 제대로 분석하고 수렴해서 미래설계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실무능력, 폐쇄적 교단 운영, 출가자 중심의 운영, 비대한 교정원과 총부의 경직된 행정, 구태의연한 조직문화는 주세교단과 어울리지 않는다. 소태산 대종사가 꿈꾼 주세회상 건설을 위해 환골탈태해야 할 때다. 자리에 연연하거나 원근친소에 끌리거나 소집단적 이익에 끌리는 취사는 교단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다. 현재의 갈등과 아픔을 미래교단, 주세교단을 향한 성장통으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자.

[2021년 7월 2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