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계문공부특신급 10계문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박순명 교도 / 김천교당

 

계문을 공부하는 마음 
법신불 사은이시여! 제가 누구의 말이든 부처님의 권능이 발현된 것으로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제가 말할 때와 잠자코 있을 때를 분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아울러 말하고 싶은 욕구가 드는 순간을 알아차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비옵나이다.

 

아울러 말하지 말라 하신 이유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라는 것은,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말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각산 신도형 종사님은 “대중과 더불어 말할 때에는 남의 의견을 잘 들어 이해한 후에 자기의 의견을 순서있고 침착하고 분명하게 말하라”라고 하시면서, 교양이 없고, 성질이 급하며, 독선이 강하고, 남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울러 말하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나는 타인의 말이 내 딴에 들을 만하면 유심히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딴청을 피우거나 말을 끊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당신보다 더 나은 내가 시원하게 한 수 가르쳐 주고 싶어 하지요. 그러나 진정으로 그의 의도를 부처님의 권위를 가진 것이라고 여긴다면 먼저 정성으로 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상대방이 계속 말하려고 하는 경우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상대편도 있겠지요. 둘 중 하나라도 잠자코 있다면 동시에 말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저렇게 열심히 하고 싶어 하는지, 잠시 느껴봅니다. 상대방의 흥분, 억울함, 간절함을 느껴봅니다. 때로는 그게 말도 안 되는 억지, 의미 없이 이어지는 습관성 잔소리, 과거의 한풀이 또는 자랑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자기애나 과거 속에 사시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사실 그런 분들은 좀 안됐다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하니까 그러시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유연하지도 않고, 현재의 기쁨을 충분히 누리지 못합니다. 그러니 자비심으로 가만히 보고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들과 대화하면 나의 시간과 에너지, 자존감을 빼앗기는 것은 사실입니다. 나를 틀렸다고 하며 자신의 논리를 주입하는 사람은 내 자존감을 앗아가고, 나에게서 하나라도 귀한 점을 찾아내어 들어주는 사람은 내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당신은 누구와 함께하고 싶나요. 또는 그 반대로 생각해 봅시다. 특신급인 당신은 상대에게 어떤 대화상대인가요. 


상대의 이야기를 귀하게 들어주는 보시
나는 뭔가 불만에 차서 간절하게 호소하고 싶을 때 아울러 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로 대상은 남편인 것 같고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니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상대도 수준이 똑같은지라 들을 여유가 없을 때,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의 말을 끊으면서 내 얘기를 합니다. 허공에서 대종사님이 굽어보신다면 참 재미있는 시트콤일 것입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까, 경외심이 없을 때 그런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귀에 쓰라고, 입에 쓰라고 주신 원상을 사용해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듣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에 가득 차서 내가 너보다 낫다, 내가 더 말할 자격이 있다는 생색이 가득할 때, 그때 상대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목소리로 눌러 버립니다.


나에게는 어떤 기억이 있습니다. 친정에 가서 엄마에게 “내 얘기 좀 들어줘”라고 말씀드렸는데, 엄마도 저에게 괘씸한 점이 있었는지 “그러니? 내가 한번 얘기해 볼까?”하고 곧바로 저에 대한 불만을 말씀하시는데 순간 정말 화가 났습니다. 엄마가 “그래, 네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네 마음을 못 알아줘서 미안하다”라고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엄마도 하고 싶은 말씀이 있었겠지요.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 나를 이해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나 봅니다. 내 안에 여전히 아이가 있구나 하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8살 난 우리 아들을 보면,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그 이야기가 무엇이 되었든 귀 기울여 들어주면 참 행복해합니다. 우리는 다 아이 같은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가 어떤 서툰 말을 해도 귀하게 들어주는 것은, 바로 중생의 이야기를 듣는 부처님의 마음 같습니다. 부처님은 내가 어떤 어리석은 요구를 해도 먼저 묵묵히 들어주시잖아요. 아이에게 나는 부처님이 되어 끝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동시에 아직 어린 나의 이야기도 비추어 같이 들으며 힐링을 합니다.내가 다른 사람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남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특신급 수계자로서 대종사님께서 입과 귀에 사용하라고 알려주신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일원상을 늘 발견하고 사용해서, 처하는 자리마다 상생의 인연만을 지어 가야겠습니다.

 

내 삶을 돌아봅시다

1. 대종사께서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지 말라는 계문을 주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2. 나는 어떤 때 두 사람이 아울러 말하게 되나요?
3. 아울러 말하는 일이 자주 있다면,어떻게 고쳐나가겠습니까?


함께 공부하면 좋은 법문

『정전』 교의편 제1장 일원상 제5절 일원상 법어
이 원상은 입을 사용할 때 쓰는 것이니, 원만 구족한 것이며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예전』 통례편 제7장 언어와 응대
(응대하는 법) 3. 대화할 때에는 상대편의 말을 공손히 들어서 그 요령을 잘 기억할 것이며, 자기의 말도 또한 간명히 하여 그 요령이 확실하게 할 것이요
4. 대화는 상대편의 말이 끝남을 기다려서 하며, 또는 자기의 말만으로 그 시간을 독점하지 말 것이요
7. 여러 사람이 서로 담화할 때에 망녕되이 입을 열어 다른 사람의 담화를 방해하지 말 것이요

『대종경』 실시품 2장
대종사님께서 실상사 노승이 젊은 상좌를 꾸짖는 것을 보시고 그 행동을 바로 반박하지 않으시고, 순서있는 대화를 통하여 자연스럽게 그들이 대종사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문맥을 잘 살펴보면 웃음과 여유, 상대를 배려한 질문, 상대가 생각할 때까지 기다림, 그리고 그들이 대안을 물어볼 때에야 대답해 주시는 지혜로움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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