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기자
이은선 기자

[원불교신문=이은선 기자] 기자는 올봄 입교식을 치른 신입 교도로 아직 원불교를 잘 모른다. 대화 중 ‘원불교 정서상…’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내가 아는 원불교는 원불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원불교가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대체 ‘원불교 정서’란 무엇일까. 정서란 다른 말로 문화 혹은 관습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원불교 정신이라 하면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개벽’, 즉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원불교 정서상’이라고 운을 떼면 해당 표현이 마치, 공표된 규칙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합의된 정해진 틀로 인식되곤 한다.

입교하고서 가장 먼저 ‘원불교 정서상’이란 말을 들은 부분은 복장 관련이다. 정서상 어두운색 계열의 옷을 권한다는 조언이었다. 이유가 뭘까. 물론 천도재나 위령제에 참석할 때는 당연히 어두운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것이 예를 갖추는 일일 테다. 다만 복장은 자기 표현의 일부이자 시대 흐름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기자에겐 아쉬운 문화로 읽힌다. ‘원불교 정서’는 교단 기관지인 원불교신문에서도 등장했다. 과거 타 언론사에 근무할 땐 취재원과 기자는 말 그대로 취재원과 기자일 뿐 윗·아랫사람의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원불교 정서를 고려해 취재원으로 소위 높은 직급이 있는 사람들을 대할 땐 먼저 나보다 ‘어른’이라는 생각부터 해야 한다. 기자 개인의 문제이긴 하지만 ‘어른으로서 대우를 해드려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앞서니 취재 과정에서 말과 행동이 다소 위축되곤 했다. 

신입 교도로서 느낀 낯선 문화는 또 있다. 교무는 다 똑같은 ‘교무님’인 줄 알았는데 중앙총부로 출퇴근을 하는 교무는 부장, 차장, 과장 등 각자의 직급을 지닌다는 점을 알게 됐다. 상하 직급이 있는 관계가 무조건 불통을 일으킨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단 정서상 교무와 교무 사이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기도 해 아랫사람의 의견 개진이 활발하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직급을 없애는 등 점차 수평적인 조직으로 가고 있는 일반 사회와 대조되는 부분으로 개벽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원불교가 도리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경직된 문화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오늘도 많은 재가출가 교도들은 무아봉공의 정신을 발휘하며 교단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수용 등 원활한 소통이 뒷받침될 때 이들의 노력은 더 빛을 발할 터. 공중사를 처리함에 있어 구성원들 간 소통에는 문제가 없는지 한 번쯤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문화라는 건 양날의 검이다. 한 조직을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한 동시에 자칫 고인 물, 썩은 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되겠다.

[2021년 7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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