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길 교도
강정길 교도

[원불교신문=강정길 교도] 원불교와 인연을 맺은지 38년이 지났다. 원불교는 나에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이다. 그래서 밥을 먹듯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매주 일요일마다 교무님들께서 해 주신 설법 말씀은 어느새 나의 삶에서 인간으로서 선택과 판단을 하게 하는 중요한 내적 기준이 됐고, 나의 모든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항상 나를 대조하고 취사하게 하는 삶의 교과서가 됐다. 하지만 원불교 공부는 또한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너무 당연한 나의 일부이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공부하고 연마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아직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런 내가 원불교 신앙 생활에 대한 글을 교당 교무님께 부탁 받았을 때, 원불교 공부인으로서 하고 있는 것 중 무엇을 가장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조석심고.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근 2년정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꾸준하게 하고 있는 것이 조석심고 였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고, 취직도 하며 많은 것을 이루고 만족하기도 했지만, 나에게 소중한 것들이 늘어날수록 불안감도 함께 커졌다.  또한 나의 의도와는 다른 결과들도 많이 경험하면서 어느 날 문득 마음을 좀 더 챙겨 하루하루를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은 사은님께 맡기고 힘을 얻고 싶었다. 

생각으로는 참 쉬운 일이지만, 습관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서운 것이기에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매번 까먹기 일쑤였고, 귀찮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지나치는 날들이 많았다. 심고를 오랜시간 동안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 것 같아 심고 시간을 짧게 줄여 보았다. 그랬더니 부담감도 줄고 빼먹지 않고 지켜나가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 했다. 그러면서 재미를 붙이게 되고 이제는 따로 챙기지 않아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당연히 하게 되는 나의 삶의 일부가 됐다.

엄마로, 아내로, 직장인으로 하루종일 발을 동동 구르며 바쁘게 살다가도 하루의 마지막을 심고로 정리하고 감사한 마음을 내니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아침에도 잠깐 멈추어 힘든 일들은 사은님께 맡기고 오늘 하루도 무탈하게 지나가게 해주시라 심고를 올리면 왠지 모르게 하루종일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걱정도 많고 모든 것이 늘 불안한 나에게 조석심고는 큰 힘이 됐다. 

예전에는 진심으로 심고를 드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지 못했는데 조석심고를 꾸준히 하면서 “아, 이게 진심으로 심고를 드리는 거구나.” 깨닫는 경험도 했다. 심고를 드리는 그 순간은 마음이 오롯하게 하나로 모아지고 마치 대종사님과 삼세제불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하루의 일들을 돌아보며 올리는 저녁심고를 올릴 때에는 당연한 일들이 무한한 감사로 느껴졌고,  무의미하게 지나가던 하루하루가 의미있게 변했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은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대산종사 말씀에 “한번 두번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열번 백번 천번 만번 꾸준히 심고생활을 하게 되면, 사은의 기운이 전부 나에게 돌아와 어디를 가더라도 사은의 도움을 받고 옹호를 받는다” 고 했다. 단 1분이라도 마음을 챙겨 꾸준히 조석심고를 해서 감사생활도하고, 스스로 위로도 받고 공부심도 챙겨보며 사은님의 위력도 얻으며 살고 싶다. 

또한 나에게 오는 모든 경계를 통해 마음 공부를 꾸준히 함으로써 나의 삶이 행복하고 즐거워지며, 나아가 세상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서원해본다.

/샌프란시스코교당

[2021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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