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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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서 편수실패의 의미와 평가
(1)종법사가 수위단원을 이끌고 법신불 일원상과 교조 소태산 성령 전에 봉고한 ‘새로 편수한 원불교 전서’가 회복할 수 없는 결함이 있어 4만부 전량을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단사에서 처음 보는 가장 부끄러운 참사다.

(2)원불교는 대외적으로 마음공부하는 종교들 중에서 가장 우수한 종교로 자부해 왔다. 그러므로 원불교의 중앙총부 최고지도부는 당연히 마음공부가 최고의 수준에 있는 사람들의 집합체로 간주될 것이다.
 
이 최고지도부가 어느 일보다 중대하고 엄중한 교서 편수 작업을 함에 기울인 마음공부의 결과가 엉터리 교서를 편수한 것이라면, 누가 이 교단에서 주장하는 마음공부를 믿고 배우러 오겠는가?

마음공부 하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교단은 문을 닫아야 한다. 그만큼 이번 사건은 중차대한 실수다.

(3)교단 내적으로 보면 문제는 한층 더 심각하다. 앞으로 누가 종법사와 수위단이 한 결정과 처사를 순종하며 따르겠는가. 다시 교서 편수 작업을 했을 경우 무슨 낯으로 또 봉고를 하려는가. 이 일로 교단이 분열되기라도 하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을까.
 

재가출가 전교도(대중)가 
주인이 되고, 
교단의 모든 지도자가 
봉사자가 되는 
정신개벽을 이뤄나가야 한다.

2.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는가
(1)정신자세(마음가짐)에 탈이 났기 때문이다.

원불교 교단이 어떤 교단인가.

제생의세의 대업을 성취하기 위해 세상 어느 종교보다 수월한 교리로 무장해 성립된 교단이다. 헐 먹고 헐 입으면서도 평지에 흙을 쌓아 태산을 이루었고, 바다에 물을 막아 옥답을 만들었다. 제생의세로 가는 진리계의 인가를 받기 위해 스승님이 목숨을 바치자고 할 때 아홉 선진은 추호의 사심 없이 오직 공심으로 교조의 명을 받들어 백지혈인의 기적을 나툰 교단이다.

이 거룩한 정신자세가 탈이 났다. 오직 공심 하나로 살아온 선진들의 정신자세를 본받아 살려고는 않고 거저 내 몸 하나 편한 사익을 추구하다 보니 교직자들의 정신자세가 해이해져 탈이 생겨 난 것이다. 

(2)정신자세에서 난 탈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여 더 큰 병이 됐다.
교전 편수의 참사는 교역자 한두 사람이 저지른 실수가 아니고 어제 오늘 갑자기 생겨난 실수도 아니다. 정신자세에 탈이 났건만 탈이 난 줄 모르고 오랫동안 방치한 탓에 고질병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교역자들이 엄청나게 큰 병이 났는데도 이를  큰 병으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으니  병의 심각성은 그래서 더 크다.

(3)이 병을 고치지 않고 오래 놓아두면 교단의 생명을 위협할 또 다른 병이 생겨날 수 있다. 교도수의 급격한 감소로 순식간에 교당이 소멸될 수도 있으니 이것도 이 병 때문이고, 교산을 함부로 사용함으로 인해 자칫하다간 재정이 부도가 날지도 모르니 이것도 이 병 때문이다. 둘 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3.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누가 사과하고 누가 물러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이 고질병을 치유하자면 가장 먼저, 전 교역자가 일원상 앞에서 참회하고 대종사 성령께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다음에는, 적극적으로 고질병을 치유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그 대책에 따라 교단의 대혁신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오직 공심으로 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자발적으로 해야 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교단의 고질병을 치유하고 교단 중흥을 이루어 낼 수 있다.


4. 누가 이 개혁을 추진해야할 것인가
종법사와 수위단원, 즉 교단의 최고지도부가 앞장 서서 책임지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분들이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원불교 교헌상 그분들이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최종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임은 단순한 문책성 책임이 아니다. 교단이 새 길을 찾도록 뒷받침 해주고 이에 헌신할 창조적 책임이다.


5. 어떤 방법으로 개혁할 것인가
법치 교단에서 개혁한다는 말은 교헌을 새롭게 만들어 그 새 교헌에 따라 나아간다는 말이다. 교헌을 부정하고 비상기구를 만드는 것은 원만하고 합법적인 방법이 아니다.
공의에 의해 새 교헌을 개정하고 그에 따라 새로 기구가 만들어 지면 그 새 조직이 새 교헌이 정한 바에 따라 새롭게 교단을 이끌어 가게 되므로, 교헌을 개정하는 길이야말로 가장 원만한 개혁의 길이요 교단의 병을 치유하는 가장 타당한 대책이다.
 

교헌을 개정하는 길이야말로 
가장 원만한 개혁의 길이요 
교단의 병을 치유하는 
가장 타당한 대책이다.

6. 새 교헌은 그 개정 절차와 내용이 어떠해야 하나
새로 교헌을 개정함에 있어 종법사는, 전과 달리, 내용과 절차에 관해 일체 관여 말고 오직 공의에 맡겨야 한다. 예전과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헌은 종법사가 교헌 위에 군림하고 있어 법치 교단의 교헌이 아니다. 이제는 종법사도 교헌 아래 내려와서 행동하도록 해야 하고 이때까지 쌓여온 모든 불합리와 갈등과 모순도 모두 녹여내야 한다.


7. 개혁은 언제까지 해야 하나
빠를수록 좋다. 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헌을 개정하고 새 출발 하는 기간도 짧을수록 좋다.
대한민국 건국헌법의 제정 작업도 1개월 만에 마쳤다. 우리는 이미 6년 전에 교헌 개정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이런 지난날의 경험을 활용하면, 능히 몇 달 안에 개정작업을 마무리 짓고 새 길을 찾을 수 있다.


8. 맺는말
(1)전산종법사의 말씀처럼 이제 원불교도 대중의 힘에 의해 이끌어져 가야 한다. 재가출가 전교도(대중)가 주인이 되고, 교단의 모든 지도자가 봉사자가 되는 정신개벽을 이뤄나가야 한다. 

지금 유래없이 500명에 가까운 많은 교무들이 결사하여 교단의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번 교서 참사로 그들이 받은 충격과 성직자로의 자괴감과 참담함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의 교단 지도자들은 신속히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교단의 개혁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을 뿐 아니라 제생의세를 목적하고 일어선 원불교의 정체성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미봉책을 써 개혁요구를 외면한 채 교단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교단에 침투한 앞서 본 고질병들이 또 어느 부분에서 발병해 교단의 생명을 위협할지 알 수 없거니와, 참신한 새 종교인 줄 알고 많은 것을 기대해 온 수많은 국민들로부터도 외면받게 된다.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알고 절박한 심정으로 교단혁신을 꼭 이뤄 내야 한다. 그래야 교단이 산다.

(2) 이 개혁이 어려운 일이긴 하나 전 교역자가 합력하고 정성만 지극하면 해낼 수 있다. 되고 안되고는 사은님께 맡기고 우리는 용기를 잃지 말고 하나로 뭉쳐 오직 신과 분과 의와 성으로써 나가기만 하면 된다. 어찌 가만히 앉아서 교조 소태산에 배은한다 말인가.

법명 성대·남천교당
ㆍ전 수위단원
ㆍ전 교헌개정특별위원회 부위원장
ㆍ전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2021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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