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광 교수
박도광 교수

[원불교신문=박도광 교수] 『원불교전서』 증보판이 올해 원불교 대각개교절을 맞아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봉정됐다. 전산종법사를 비롯해 모든 교도들이 함께 이 날의 경건함과 경사스러움을 나눈 축제의 장이었다. 그러나 채 한달이 되기도 전에 『원불교전서』증보판 회수가 이루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경전은 한 종교의 신앙과 수행의 교리체계, 그리고 창시자의 사상과 경륜이 담긴 생명과 같은 것이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는 교리에 능숙한 제자들에게 모든 초기 교서들을 통일 수정케 하면서 직접 감정(鑑定)의 붓을 들어 시간이 한 밤중에 이르는 때가 잦을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그 결과 『불교정전』이 탄생됐다. 또한, 정산종사는 “경전은 우리의 전도를 바로 인도하는 광명의 등불”이라 하여 경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원불교전서』는 원불교의 가장 근간이 되는 가르침을 담은 경전이기에, 내용의 오류가 있어서도 안되며, 한 글자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 

이번 『원불교전서』증보판은 내용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의 오탈자가 수정되지 않은 채 발간 배포된 것은 교서감수의 엄중함과 무한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교단운영과 관련한 총체적 위기의식이 증폭하게 됐다. 재가출가의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런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교단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하며, 교단 구성원 전체의 진중한 참회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몇 가지 제안해 본다. 

첫째, 원불교경전 전체에 대한 구성과 내용에 대한 오랜 연구들이 축적되어 있으나,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교단 현실을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경전편찬의 중요성과 막중한 책임감을 소홀히 한 채 급히 이루고자 하였기에 『원불교전서』 증보판이 폐기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정산종사가 교서 편수 발간 기관으로 〈정화사>를 세워 종법사를 총재로, 남녀 수위단의 중앙단원을 지도위원으로, 남녀 수위단원 전원을 자문위원으로 했으며 편집위원 및 번역위원 등 업무를 분담하게 하여 원불교 교서 편집을 위한 전문기구로서 활동을 했다. 향후, 원불교경전 편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불교학 전문가들을 교서편찬의 전면에 내세우고 교단의 재가출가 원로와 더불어 함께 지속적으로 의견수렴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원불교전서』 내용과 편제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통해 경전 재결집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어 가자. 불교경전은 제1결집부터 제3결집에 이르기까지 2~3백년의 오랜 기간동안 경전편찬이 이루어졌다. 역사적으로는 지역별로 불교경전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계승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우 조심스러운 제안이지만, 경전의 자구수정 정도에 머물지 말고 원불교 경전 전체에 대한 재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산종사는 “정전은 교리의 원강을 밝혀주신 ‘원(元)’의 경전이요 대종경은 그 교리로 만법을 두루 통달케 하여주신 ‘통(通)’의 경전이라, 이 양대 경전이 우리 회상 만대의 본경(本經)”이라 했다. 현재의 『원불교교전』의 『정전』에 있어서도 소태산 대종사께서 친제한 『불교정전』의 원전과는 달리 잘못된 자구로 바꾼 곳이 여러 곳 있으며, 중요한 문구가 삭제된 경우도 있다.

 『불교정전』을 근간으로 하여 현재의 『정전』에서 중요한 문장 또는 용어가 빠진 부분을 복원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대종경』에 있어서도  편수의 기본방침이 유교의 『논어(論語)』의 형식과 같이 편제하자는 방침에 따라, 소태산 대종사 법설의 요점을 드러내는 데 역점을 둠으로써,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한 법문들인지 그 시대적 정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소태산 대종사 재세시에 『월말통신』, 『월보』, 『회보』 등에 친감하여 발표한 123편의 법문뿐만 아니라, 구타원 이공주의 수필법문과  『법설초(法說抄)』, 원산 서대원의 『우당수기(愚堂手記)』, 묵산 박창기의 『법설집(法說集)』, 주산 송도성의 『대종사법설(大宗師法說)』과 『법설수필집 2』 등에서 밝힌 대종사의 생생한 예화와 법문 내용들이 축약되어 현재의 『대종경』이 이루어졌다. 편수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중 채택되지 않은 부분은 새로이 추가편제가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내용에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은 일부 수정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교서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열린 교단의 정책과 대중의 공의를 중시하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불교경전은 소수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가출가 전교도가 함께 만들어 간다고 하는 소명의식이 있어야 한다.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2021년 7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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