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기자
류현진 기자

[원불교신문=류현진 기자] 장면 하나. 어린이법회 코너 필자를 섭외하기 위해 어린이 교화를 잘한다는 교무를 소개받아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 교무는 어려움을 표했다. 이유인즉슨 주임교무가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 꼭 그 교무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임 교무들의 인식이 부직자가 자신의 일을 잘 도와주고, 교당 안에서만 활동하길 원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교단의 미래를 놓고 볼 때, 청소년 교화가 일반법회 보조나 그 어떤 교화보다 훨씬 더 중요성이 높을 수 있다. 몇몇 의식 있는 주임교무들이 나타나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부직자들은 마음껏 활동할 수 없는 구조이다. 많은 부직자들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느끼는 답답함 만큼 교단의 미래는 답답해질 뿐이다. 

장면 둘. 총부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재가 직원의 옷차림에 대한 민원이 들어왔다. 어찌 신성한 총부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바지를 입느냐는 요지였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홍대나 신촌, 대학로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의 패션을 보라. 마음공부를 통해 마음에 자유를 얻고,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이 더 넓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의상을 보고도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나의 잣대로 타인을 시시비비하기보다 근본을 밝히는 데 더 힘쓰면 좋겠다. 고정된 잣대가 많아져 마음이 굳어질수록 안이비설신의를 통해 펼쳐지는 세상과의 만남에 마찰이 생겨 요란함·어리석음·그름이라는 통증이 생긴다. 나의 잣대가 절대적인 가치인지 세상의 흐름 따라 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 잘 점검해 보자. 

장면 셋.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 회수 사건은 많은 재가출가 교도의 공분을 샀다. 이 사건으로 인해 4억 5천만 원이 넘는 예산이 공중분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일은 교화현장의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직접적인 파급력이 컸기에 그나마 언론화가 됐다. 하지만, 교도들이 알지 못한 채 교정원의 행정 과실로 인해 공중분해 된 돈이 얼마에 달할까. 교도들의 피땀 어린 정성으로 모여진 헌공금이 이렇게 부실관리 되는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그런데도 개선되지 못하고 계속 반복되고 있으니 일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종교가가 사회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책임을 질 자리에서는 확실히 책임을 지는 문화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지만 결국에는 극복해 나가며, 원불교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고민하게 된다. 과연 원불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대로 가면, 원불교 문은 저절로 닫히고 말 것이라는 교역자 광장에 모 교무의 외침이 뇌리에 남는다. “공부하지 않는 교단은 반드시 타락합니다. 대종사님 본의대로 공부를 살려야 합니다.”

[2021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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