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 노스 교도
홀리 노스 교도

[원불교신문=홀리 노스 교도] 우리는 양극적인 사회에 살아가며 어느 한 편을 옹호 혹은 비판, 흑과 백, 선과 악,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에 따라 이분법적 사고를 한다. 이처럼 대립하는 한쪽에 치우친다면 중도를 직시할 수 없다. 고요히 멈추어 있을때 우리의 참 성품 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극심할 때 나는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집착했다.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편에 섰을 때, 주위 인연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말로 인해 무척 괴로웠다. 코로나 안전규칙을 잘 지켰고 주로 집에 머물렀다. 나는 내 입장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고,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알았다. 간호사인 어머니조차 내가 왜 백신을 거부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큰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와 끝까지 소통해 준 이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 어머니는 내 입장을 놀랍게도 존중해 주셨다. 그러나 몇몇 사람들과는 불화를 겪고 괴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막연한 두려움에 집착해 현실을 깨닫지 못한 내가 변하는 계기가 있었다. 

화창한 일요일 오후, 원불교 뢀리 교당에서 일일 명상 훈련에 참석했다. 교당에 도착했을 때 예방접종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았고, 접종하지 않았다고 사실대로 답했다. 나는 내 선택에 대해 심경이 복잡했고, 다른 참가자들 앞에서 부끄러웠다. 맑고 푸른 하늘 밑에서 와선(臥禪)을 시작했다. 마침 공항을 향해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 눈을 뜨고 그 장면을 봤다. 그리고 비행기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큰 새 한 마리를 보게 됐다. 

그 순간 내 마음에 변화가 일었다. 『대종경』에서 이정원이 대종사께 증애에 끌리지 않는 방법을 묻자 “증애에 끌리지 않는 방법은 매양 한 생각을 잘 돌리는 데에 있다”고 말씀했다. 비행기와 새 한 마리가 다른 고도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날아가는 걸 보고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 내가 공포에 집착해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있구나.” 그 순간 예방접종을 거부했던 내 입장을 바꿨다. 인공적인 비행기가 내 시선을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나는 새 한 마리로 이끌었듯, 백신의 비자연적인 본질이 자연적인 것을 추구하는 제 애착과 충돌 했던 것이다. 두려움이 두려운 대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를 내려놓았고 내가 바이러스가 아닌 백신을 두려워하고 있었음도 깨달았다. 내가 공포와 단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을 때 흑백논리로 인해 볼 수 없었던 온전함을 마주하게 됐다. 나와 주위 모든 이들에게 이로운 선택을 해야함을 깨달았다. 

다음날 예방접종을 예약하고 무사히 접종했다. 잭 콘필드는 ‘중도 발견하기’에서 “모든 존재와 함께 현재에 머물면서 선과 악을 초월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은 수행의 방편이자 목표”라 말했다. 나는 환상이나 두려움이 아닌 일원의 온전함과 나의 본성에 의지한다. 내가 그 온전함을 받아들이자 새장을 벗어난 새와 같이 자유로웠다. 정전 ‘무시선’에 “응하여도 주한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했다. 내가 옳고 그름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가르침을 받들고 믿게 됐다.

대종사는 “애착심이 있으면 도인은 아니니라” 했다. 이제 예방접종을 했기 때문에 집에서 은둔생활을 하지 않아도 된다. 원불교의 가르침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고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내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면 세상을 위해 일할 수 없다. “속세에 거하되 속세에 물들지 말라”라는 말씀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내가 그동안 그토록 집착해왔던 것을 내려놓았을 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을 흘리며 한때 굴복했던 두려움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이로써 얻은 수많은 기회에 감사하고 다시 시작하는 대면 법회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교당

[2021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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