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선 교무
홍대선 교무

[원불교신문=홍대선 교무]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비도 자주 내리고 공기 중에 습도도 높아져 체감하는 온도보다 더 덥게 느껴진다. 책상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선풍기와 에어컨을 켜게 된다. 필자가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에어컨은 없었다. 집에 있는 선풍기가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신 기계였다. 시간은 흘러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장치가 개발돼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도와준다.

그런데 어딜 가면 에어컨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덥다고 해 에어컨 온도를 내리고 누군가는 춥다고 해 에어컨 온도를 올린다. 생활하는 공간의 에어컨 설정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 어떤 누군가는 그런 문제를 인지해 미리 외투를 준비해서 자신의 몸을 보호한다. 여름만 되면 볼 수 있는 이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오희원 교무가 열반에 들기 전 그와 변산 직소폭포를 가는 길, 바위에 앉아 잠시 쉬면서 나는 그 당시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괴로움을 전했다. 이에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실지 불공을 다 했다면 이제는 진리 불공을 드려보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해줬다. 그 말씀을 듣고 상대와 상극을 짓지 않기 위한 노력과 함께 상대를 위해 매일 같이 기도를 올렸다. 그러다 보니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리게 됐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에어컨의 온도를 올리려는 사람과 내리려는 사람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법문을 들으며 삶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교당에 찾아오는 교도를 바라보며, 삶의 일터에서 교법 실천을 통해 삶의 더위를 식혀가는 교도를 바라보며 전무출신은 교법의 에어컨 온도를 조절하면 좋겠다. 교도는 덥다고 하고 내가 추울 때는 내가 옷 하나 더 입는 것으로, 교도는 춥다고 하고 내가 더울 때는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작은 선풍기 하나를 켜 놓고 더위를 이겨내는 공부를 해보자. 이 시기에 외투 하나가 지혜가 되는 것처럼 진리에 대한 기도의 외투를 하나 마련해 생각의 차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해보자.

/훈산학원교당

[2021년 7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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