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교도
이경준 교도

[원불교신문=이경준 교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튜브와 줌이라는 새 문이 열렸다. 일요법회·목요공부방과 더불어 저녁염불 시간이 생겨 하루를 돌아보고 참회반성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사회의 가장 작은 혈연 공동체가 가정이라 한다면 원불교의 공부와 사업의 근본이 되는 가장 작은 공동체가 교화단이다. 

초창기에는 해외교당 대부분이 그렇듯 교도가 많지 않았다. 갑자기 중앙을 맡으라는 선배교도의 말에 중앙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니 그냥 단장을 도와주면 된다는 말에 공양 뒤 설거지 하는 일로 알고 맡았다. 원불교의 교세가 크지 않을 때라 가장 가까운 교당이 뉴욕교당으로 비행기로 2시간 차로 15시간을 가야 했다. 그러니 우리가 참고할 교당은 구간도실이었고, 교화단 모델은 9인 선진님이었다. 이런 교도들을 가르치셨던 교무님은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까. 교화단을 일년 때론 2년마다 바꾸고, 단구성을 남여로 짜기도 하고 남여 섞어 보기도 했다. 부부단으로 연령별로 많은 실험을 했다.

연령별로 했을 때는 에너지의 쏠림현상이 있었고, 모두를 섞었을 때는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 교화단이 잘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원들 간의 신뢰와 서원이 바탕이 돼야 한다. 시카고교당은 매월 4째 주에 교화단 법회를 진행한다. 각 단은 순서에 따라 법회 사회 강연 정기일기 유무념 감상담을 발표한다. 수동적이긴 하나 교화단은 이런 준비를 하면서 11개 과목 공부를 골고루 할 수 있었다. 정기일기는 밴드로 운영하고 있다. 단원들은 일기를 올리고 스스로 감정을 한다. 경계를 알아차리고 감상에 그치던 일이 속 깊은 감각으로 발전하게 됐다. 

도반의 일기를 서로 감정 할 때는 여러 계문과 솔성요론을 염두에 둔다. 올바른 시비이해와 이치를 알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이 평소 대화에서도 서로 경외심을 놓지 않고 공감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서로 감정한 일기를 교무님께 감정받는다. 바르게 알기 위해서는 지도인으로부터 감정받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깨달았다. 경계를 당해 까닭 있게 공부하게 됐다. 일과로 득력하라는 좌산상사님의 법문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상시일기로 늘 알아차리고, 알아차림에서 깨달음으로, 그리고 깨달음이 생활로 이어져 물샐틈 없이 해 놓으셨다는 법문을 체험으로 알아간다.

교화단 모임은 교무님과 함께 90분간 줌으로 진행한다. 올해부터 성리 연마를 시작했다. 처음 한 시간은 마음공부 책자의 주제로 회화하고 나머지 30분은 성리연마를 한다. 성리라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졌지만 꾸준히 연마해 보니 삶 전체가 성리 그 자체이고 하나하나 알아지고 밝아지고 비워지며 각자의 보폭으로 진급하는 것을 느낀다. 

우리 교화단은 무엇을 하기로 하면 모두가 한결같이 “좋아요! 괜찮아요!”라고 반응한다. 처음 “좋아요”는 그렇게 하자는 뜻이다. 두 번째는 “괜찮아요” 뜻은 게으른 단장이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 할까봐 무조건  괜찮다고 하는 것이다. 그 마음을 알고보니 단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혼자 공부하면 마음이 물러날 때 알아차리기 쉽지 않고 편수하기 쉽다. 그리고 조금 안다고 독선에 빠지기 쉽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함께 하는 것이 이 세상 이치다. 이번 수요일은 단 모임이 있다. 한달 동안 얼마나 연마하고 마음을 챙기고 실현했는지 그 모습과 마음들이 기다려진다. 눈을 뜨면 언제나 세상이 나와 함께한다. 내가 어디에 머물러도 교단과 회상 안에서 법정을 나누는 동지들이 있다. 그래서 밖에서 들려오는 어두운 소식에도 따뜻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사은님께 두 손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사은님! 내일 아침엔 어떤 법문으로 단원들과 함께 할까요?

/시카고교당

[2021년 7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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