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전서』 개정증보판 사태와 관련한 인사조치로 교정원장이 급작스럽게 교체됐다. 재정부원장직을 맡고 있던 오우성 교무가 비상한 시기에 교정원장이란 중책을 새로 맡게 됐다. 수위단회도 남녀 중앙단원을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교정원과 총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 손상된 교단 지도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상처 입은 교단 구성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고 막중한 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교단 4대를 힘차게 열어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맞닥뜨린 이번 사태에서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향후 교정원을 향해 이어질 수많은 주문에 몇 가지 바람을 덧붙인다.

첫째, 얼어붙은 발, 차가운 민심을 녹여야 한다. 대산종사는 자주 ‘황석공소서’의 ‘족한상심(足寒傷心)’이란 대목을 인용했다. 발이 차가우면 심장을 상한다는 말인데 아마도 민심 중시 태도와 현장 중심의 총부 행정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교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었고 교화 부문의 정체는 물론 주요 지표에도 적신호가 켜졌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과 교단 혁신의 지체는 교단에 대한 불만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정원은 견디기 힘든 현장의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는 교화자들과 교도들에게 다가가 적극적으로 공감적 소통을 해야 한다. 차가운 발부터 녹여야 한다.

둘째, 교화현장을 지원하는 교정원이 돼야 한다. 교정원의 존재 이유는 교화현장을 지원하는 데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총부 없는 현장도 있을 수 없지만 현장 없는 총부는 어불성설이다. 현장이 살아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수요자 중심의 교정원이 돼야 한다. 당연히 권위적인 태도나 시혜적 태도는 불식돼야 마땅하다. 교정원의 정체성을 소위 ‘교화지원센터’라고 여기고 적극적인 현장 지원에 나서야 한다. 

셋째, 교단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전산종법사도 이번 일의 수습 방안 중 하나로 교단 혁신과 비전 수립을 언급했다. 교정원이 그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교단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언제까지 어떻게 목적지에 갈 것인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도 기꺼이 인내할 수 있다. 교정원 각 부서들은 불요불급한 실무를 대폭 줄이고 비전에 맞춘 정책 수립과 체계적인 추진으로 교단의 미래를 안정되게 이끌어가야 한다.

‘족한상심(足寒傷心)’뒤에는 ‘인원상국(人怨傷國)’이란 대구가 이어진다. ‘발이 차면 심장을 상하며 사람이 원망하면 나라가 상한다’는 말이다.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성심껏 현장을 지원하고, 교단의 미래를 열어가는 교정원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차가운 마음을 녹이고 감사보은의 훈풍을 불리는 것부터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1년 8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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