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명 편집국장
윤관명 편집국장

[원불교신문=윤관명]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가 밝힌 진리적 종교를 신앙하고 사실적 도덕을 훈련하는 마음공부 도량이라 자부했다. 그러나 개정증보판  『원불교전서』 오류 사태의 진행과정과 수습과정 그리고 최종결과는 이 같은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중앙총부의 위기대응방식은 방어적이고 소통이 부족했다. 이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요인이다. 교단의 위기관리가 진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일에 대한 인과가 순리가 아닌 역리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업무과실이 명확하고 교단적 손실이 분명한데 직책상 책임지지 않는다면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한마디로 인과의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 교단 구성원들에게 어떤 명분으로 업무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수위단이라는 형식을 지키기 위해 교법정신은 상처를 입었다. 이로써 ‘교단의 얼’이라 불리는 수위단은 정체성에 흠집이 생기게 되며, 법치 교단의 위상도 흔들리게 됐다. 사실적 도덕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는 상식보다 종교적 관념과 교단적 정서가 우선시 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적 도덕과 거리가 멀다.

행정지도부는 실무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에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무자는 상위 의사결정기구의 승인이 있었기 때문에, 지도부는 구체적인 진행 상황과 내용을 알지 못하고 결정을 했기 때문에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면 누가 교단정책을 믿고 따르겠는가. 교단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은 대부분 인정한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집단적 모럴 헤저드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모럴 헤저드는 ‘도덕적 해이’ 또는 ‘도덕적 위험’이라고 해석한다. 

경영적 측면에서는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행위를 말한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의 파산으로 금융기관들이 연쇄적 파산 위기를 맞았다. 결국 미국정부는 긴급구제금융에 나섰다. 그런데 금융위기를 자처한 경영인들이 구제금융 일부로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이것을 안 시민들은 월가(Wall Street)를 점령해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모럴 헤저드 현상은 정보가 불투명하고 불균등한 상황에서 발생하게 된다. 조직의 의사결정은 전체 구성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리결정하는 것이다. 권한이 아닌 책임을 부여 받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 정책과 사업은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지금도 교단은 대형사업을 추진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만을 부각하고 리스크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진행하고 있다.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의사결정자 모두의 책임으로 돌리고, 공의로 결정됐으니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것이 교단의 모럴 헤저드다.

[2021년 8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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